부산에 23일 오후 8시를 기점으로 호우 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시간당 5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면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부산경찰청 제공)2020.7.23/뉴스1 © News1
폭우로 인해 부산 경남 일대에서 큰 피해가 났지만 재난주관방송사인 KBS가 관련 보도에 소홀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23일 부산 일대 폭우 피해는 이미 오후 8시부터 심각해졌지만 KBS 1TV는 23일 오후 10시 이후 ‘다큐 인사이트’, ‘더 라이브’를 예정대로 내보냈고 오후 11시 40분 시작한 ‘KBS 뉴스라인’에서 20여분 동안 부산 지역 폭우 상황을 전하는데 그쳤다. 특히 자정을 넘기며 부산 시내 도로 지하철 아파트 곳곳이 침수되고 사망 속보까지 전해졌지만 24일 0시 10분부터 음악 프로그램 ‘올댓뮤직’을 1시간 가량 방송했다. KBS는 ‘올댓뮤직’이 끝난 오전 1시에야 ‘뉴스특보’를 25분 내보냈다.
KBS 시청자권익센터 청원게시판에는 폭우 피해 상황에 대한 보도가 미흡했다며 질타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청원인 이모 씨는 23일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 가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 부산에 비가 와서 거의 모든 도로가 침수되고 건물로 비가 다 들어차는데 뉴스에서 한두 꼭지 하다가 만다. 수신료의 가치를 전혀 못 느끼는데 왜 강제징수하나”고 항의했다. 또 24일에는 “(23일) 저녁부터 난리인데 전 국민 TV 수신료 받으면서 뉴스특보 없이 천하태평이다. 부산 시민들이 커뮤니티에 사진 올리고 한참 뒤에야 기사 내는 거 보니 속터진다” “이렇게 큰 물난리에 사망자도 나왔는데 정규편성 기다려서 보거나 새벽방송 유튜브 찾아서 다시보기 해야 하나”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수신료 인상을 포함한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며 수신료 인상의 근거로 재난방송 서비스의 중요성을 들었다. 양 사장은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가 기간 방송”을 강조했다. 하지만 KBS가 지난해 4월 속초 고성 산불 사태 때 안이하게 대응한 데 이어 이번 부산 폭우에도 재난주관방송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수신료 징수 자체에 대한 불만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KBS 측은 “23일 오후 9시 20분부터 하단 자막 방송을 내보냈고 오후 10시 20분부터 화면 우측 상단에 각 지역별 특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데이터 자막 방송도 내보냈다”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