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아직도 주체사상 신봉자인가. 언제 어떻게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지 못했다”고 질의한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을 겨냥해 여권 인사들이 일제히 비난 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어제 “사상 전향을 공개 선언하라는 것은 과거 인민재판 때나 있었던 망발”이라고 했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문정복 의원은 SNS에 “북에서 대접받고 살다가 도피한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다. 변절자의 발악으로 보였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나중에 이 글을 삭제하긴 했지만, 목숨을 걸고 북한 독재체제를 탈출해 자유 대한민국의 품을 찾아온 사람을 변절자라고 비난한 것은 국회의원의 발언이라고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다. 여권 인사들이 태 의원에게 “민주주의를 더 배워야 한다”는 식으로 비아냥대고 탈북자들을 이방인 취급하며 폄훼하는 행위는 용납돼선 안 된다. 국내 거주 탈북자 수가 3만여 명에 이르렀고, 탈북자 출신이 국민의 대표로 당당히 나설 수 있을 정도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인 우리 민주주의 수준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반인권적인 북한 체제를 직접 겪어본 태 의원으로서는 이 후보자가 민족해방(NL) 노선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1기 의장으로 구속된 과거 전력에 의구심을 품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 정권과 상대해야 하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북한 체제나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이 후보자의 과거 인식이 어땠는지, 현재는 어떠한지 엄밀히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태 의원이 질의 과정에서 “사상 전향” 등의 용어를 쓴 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에 비춰볼 때 적절한 것은 아니었다. 질문에 선입관을 담아 낙인을 찍는 효과를 내는 방식은 피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