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드래프트 데이
이정향 영화감독
최종 결정을 앞두고 캘러핸 선수를 조사하던 위버는 불길한 정보를 접한다. 그가 친구도 없고, 불리할 때는 거짓말을 하며, 탄로가 나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위버는 고민에 빠진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10분. 위버는 캘러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지만 의심이 확신이 될 뿐이다. 위버는 그를 포기하고 아침에 적었던 쪽지 내용을 행동에 옮긴다. 쪽지엔 ‘무슨 일이 있어도 본테 맥’이라고 적혀 있다. 다른 구단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수비수 맥의 재능과 인성을 위버는 알아봤고, 3년 치 지명권을 건네주고 받은 특권을 하찮게 써버린 셈이다. 구단과 팬들은 ‘멘붕’에 빠지지만 결국 위버 단장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인성이 중요한 건 무릇 스포츠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인성을 사족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공부만 잘하면, 외모만 잘나면, 능력만 있으면,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거짓을 추궁당할 때 기억이 안 난다는 식으로 회피하며 딴소리를 하거나 질문자를 역공하는 요령은 오히려 세련된 매너로 인기를 얻기도 한다.
윤리의 타락은 원칙 없는 사회의 영향이 크다. 원칙을 지킬수록 바보가 된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할수록 요령 좋은 사람들이 득세한다. 과정은 따지지 않고 결과만 보는 사회이기에 부정을 저질러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법을 지키느라 위장전입을 안 한 부모가 무능하다는 취급을 받고, 평생 집 한 채 마련해서 여태껏 산 이들이 부동산 투기로 돈 번 치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대접을 받는 사회에서, 준법정신을 가진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 속의 위버 단장이 반갑고 고맙다. 이런 지도자가 있다면 우리 사회는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진짜들은 따로 있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
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