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더위는 우리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신체는 체온을 36.8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당장 체온이 3도 이상 높은 상태가 수 시간 지속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체온이 높아지면 피부 표면에 땀이 나와 열의 빠른 발산을 돕는다. 하지만 습도가 높으면 같은 온도라 하더라도 땀이 쉽게 증발되지 않는다.
온도와 함께 습도를 반영하는 습구온도(TW)를 기준으로 35도에 도달하면 더 이상 땀이 증발하지 않아 우리 신체는 열을 배출할 수 없다. 습구온도 35도가 ‘생존 한계온도’로 불리는 이유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에 따르면 이미 아시아의 인더스강 유역, 중동 페르시아만의 홍해 해안지대, 북미 남서부 해안지대 등에서 습구온도 35도 이상이 기록됐다.
결국 습구온도와 흑구온도를 모두 알아야 우리 몸이 겪는 더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마련된 것이 기온과 복사열, 습도를 모두 고려한 온열지수(WBGT·Wet-Bulb Globe Temperature)다. 미국 국방부가 훈련병의 야외 훈련 시 온열질환 피해를 줄이고자 개발된 온열지수는 일본과 호주 기상청에서 발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온열지수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850여 곳에 IoT 도시데이터 센서를 설치하며 온열지수를 주요한 도시 환경 지표로 삼았다. 특히 양천구에는 18개의 도시데이터 센서에 흑구온도계가 설치돼 온열지수 측정에 활용되고 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같은 구라 할지라도 위치에 따라 온열지수 값이 25.7과 29.1로 3.4까지 차이가 난다. 이 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수분만 충분히 섭취하면 30분 이하의 운동이 가능하지만 가장 높은 곳은 아예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이제껏 우리는 수은주 숫자만 믿고 더위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수은주가 가리키는 숫자가 우리 몸이 느끼는 더위와 다르다는 걸 명심하고 내 몸에 맞는 대처법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학교나 야외 일자리를 중심으로 온열지수를 고려한 행동지침도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내 몸이 느끼는 더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슬기롭게 더위를 극복할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길 기대해본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