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찾아 ‘개헌 직행’ 시사 “野와 협의하는 건 안정성 없어… 우리 스스로 과정 잘 만들어야” 巨與 숫자 앞세워 개헌 추진할듯 ‘범여권+20표’면 개헌선 확보… 정진석-장제원 등 野 찬성파 변수
“세종시에 서울처럼 천박한 도시 만들면 안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세종시 착공 13주년 강연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세종=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여권 관계자는 “범여권 180석에 더해 20표만 더 끌어오면 개헌에 필요한 200표를 확보할 수 있다”며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은 데다, 이미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찬성 의견들이 나오고 있어 민주당으로선 개헌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했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제안한 직후 통합당 소속 충청권 중진인 5선의 정진석 의원과 부산 지역구의 장제원 의원이 찬성했다.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날 이 대표도 “2004년엔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최근 일부는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김태년-정진석 무슨 얘기?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이 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가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에게 다가가 대화를 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정 의원을 비롯한 일부 통합당 충청권 의원들은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당시 헌재 판결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이 성문헌법을 만든 지 이미 60년 넘은 시점에서 관습헌법을 들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나도 도저히 승복하지 못할 심정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하면 또 탄핵이 된다. 그래서 말을 못 했다”며 “선거 때 작은 이야기를 했다고 탄핵당했다가 기각된 지 1년도 안 돼서 (불복을)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 전 대통령과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만들었던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서울로 간다’는 말을 ‘상경(上京)한다’고 하는데, 노 전 대통령과 ‘그럼 서울을 하경하면 될 것 아니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단순한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사실상의 ‘천도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는 또 “서울 한강 배 타고 지나가면 저기는 무슨 아파트, 한 평에 얼마(라고 얘기한다)”라며 “우리는 (세종시에)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공기관 이전 시즌2’에도 힘을 실었다. 그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1차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를 끝냈고, 2차 혁신도시 추진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이전 대상 기관이 결정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전 대상 기관이 많게는 200개에 이른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수도권에) 70개의 큰 산하기관을 만들었다. 작은 것까지 하면 200개”라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