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동아일보 DB
이달 16일 3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중국 시안을 출발해 제주국제공항으로 돌아오던 진에어 항공기. 그런데 도착한 항공기는 승객을 한 명도 내리지 않고 급유만 마친 뒤 다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승객을 내려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올해 4월 초부터 지방발 국제노선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코로나19로 국제선 노선 승객이 없었기도 했지만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일원화하기 위해 모든 국제선 승객을 인천국제공항에서만 입국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각국 정부들이 비즈니스 및 유학, 교민, 사업 관계자 등에 대한 수요를 감안해 자국 하늘길을 제한적으로 열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대표적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등은 인천~중국 노선을 운항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에어는 제주도 내의 중국행 수요가 있다고 보고 제주~중국 시안 노선 운항을 시작한건데요.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으로의 방역 일원화 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보니, 제주~시안 노선임에도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승객을 못 내리고 다시 인천으로 가야만 했던 겁니다. 인천에 내린 승객들은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지방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해외 유입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공항 국제노선 재운항을 검토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판단입니다. 예외를 인정하다보면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지방 국제선의 완전 재운항이 어렵다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한적인 운영이라도 하게끔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 1~2회 만 운항을 하게 하거나, 해외 확진자 발생 여부에 따라 운항 횟수를 규정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한 조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죠.
항공사들과 지방공항들은 지방 공항 국제선 재운영이 언제쯤 이뤄질지 알 수 없다보니 답답해만 하고 있습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방 공항 이용객 숫자는 코로나19 이후 지난해보다 약 60~70% 줄었습니다. 항공사들은 유류비나 각종 고정비라도 벌 수 있다면 어디든 항공기를 띄우겠다는 입장입니다. 한 항공사 임원은 “지방공항에서 국제선이 없다보니 공항 운영의 어려움은 물론 지역 경제 침체에도 영향을 준다”며 “지방 공항 재 운항과 해외 비즈니스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14일 기간 단축 등 융통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지방발 국제노선을 기약 없이 막아놓을 수도 없습니다. 재운항을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마련 요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