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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中 체제전쟁 치닫는데 침묵·방관으론 ‘G10 반열’ 무색하다

입력 | 2020-07-27 00:00:00


미국이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거점이라고 지목한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이 끝내 문을 닫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폐쇄를 요구한 청두 주재 미국영사관도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처럼 미중이 외교공관 폐쇄라는 극단 대결로 치닫는 가운데 우리 외교부가 내일 관련 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석하는 제3차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연다.

외교전략조정회의는 지난해 7월 미중 갈등 국면에서 외교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했다. 하지만 당시 내걸었던 능동적 현안 대응과 적극적 중견국 외교는 지금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년간 미중 갈등은 더욱 극단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한국 외교는 더욱 움츠러들기만 했다.

미중 갈등은 코로나19 책임론,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를 거치면서 단순한 무역과 경제, 기술 분야를 넘어 체제와 이념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 외교공관 폐쇄까지 낳은 갈등도 그 바탕엔 자유와 독재 간 체제·이념 경쟁이 깔려 있다. 특히 첨단기술에 대한 절도를 서슴지 않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 조치는 국내 정치적 요인 때문 아니냐는 의심에도 불구하고 자유시장 국가들 간에는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이뤄질 사안이다.

미중 갈등은 이미 한국에 어떤 체제를 선택할 것이냐 묻고 있고, 조만간 아무리 피하려 해도 그 선택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세계가 경제 규모 10위의 한국을 쳐다보고 있지만 정부는 “국제 동향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란 미명 아래 자유민주 국가들의 연대 요구에도 방관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주요 7개국(G7) 확대 정상회의 참여에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상습적 기권과 침묵으로 당장의 국익은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무원칙과 눈치 보기 외교 기조라면 과연 G7 회의에 참석해선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느 편에 노골적으로 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장기적 국익을 내다보며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무역, 개방경제, 지식재산권 보호 같은 국제적 원칙에 따라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