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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르니 ‘아파트’ 검색도 늘었다[윤희웅의 SNS 민심]

입력 | 2020-07-27 03:00:00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지난해 여름부터 온라인에서 ‘아파트’ 검색률이 상승해 지금은 그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수준으로 늘었다. 이는 최근 아파트 값 상승과 무관치 않다. 또 아파트 구매에 수반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검색률과 일산, 용인아파트 등 구체적 지역 단지에 대한 검색도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아파트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관련 용어들을 입력해 검색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단지 주택의 한 유형이 아니다. 사실상 ‘집’의 대체어가 되었다. 부동산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한국인에게 부동산은 곧 아파트를 의미하는 셈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인의 생활사를 기록한다면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술해야 할 정도다. 어쩌면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과거에는 교육이었지만 지금은 아파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아파트에 많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아파트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온라인에서 ‘아파트’의 연관어들을 살펴봤다. 매매, 전세, 월세, 임대 등이 기본적으로 상위에 올라 있다. 그 외에 인테리어, 입주, 시공, 청소, 이사, 욕실, 누수, 리모델링, 수리, 베란다, 거실, 주방 등 아파트로 이사하거나 살면서 필요한 용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못지않게 부동산, 매물, 투자, 정보, 실거래정보, 시세, 매수, 추천, 역세권, 물건 등 재산가치 증식이나 확보 수단과 연관된 단어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또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세종 등 주요 지역명도 많이 나온다. 대개 해당 지역 아파트 값 정보와 관련된 것이다.

한국인들의 유별난 아파트 사랑이 단지 탐욕에서 비롯된 것만도 아니다.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곧 집인데 유난히 한국인은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를 주택보유의식이라고 한다. 가구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이 보유의식은 80%를 넘는다. ‘반드시 집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문화에서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캠페인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택보유의식은 최근 상승하고 있다. 2014년엔 ‘반드시 집을 보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이 79.1%였다. 이후 2016년 82%, 2017년 82.8%, 2019년 84.1%였다.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집을 보유하지 못하면 불안감이 커지는 최근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집을 꼭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확산시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 구성원이 집을 살 수 있을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안정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파트 연관어에서 투자, 재산 등의 단어 대신 행복, 가족, 사랑, 즐거움, 평안, 쉼 등 집(home) 본연의 기능으로부터 파생된 단어가 많이 보이는 날을 그려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