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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사이도 띄엄띄엄… 개막 82일만의 ‘직관’

입력 | 2020-07-27 03:00:00

프로야구 올 시즌 첫 관중 입장, 잠실-고척-수원 찾은 팬 5973명
거리두기로 떨어져 앉았지만 안타-호수비 나올 때마다 환호
응원단장 등 자제 호소 하기도… 키움, 선발 전원안타… 롯데 완파
KT, 선두 NC에 5-4 재역전승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경기 7회초 1사 1, 3루에서 LG 유강남의 적시타 때 1루 주자 김용의가 홈까지 내달려 세이프되고 있다. 올 시즌 처음 관중이 입장한 경기에서 김용의는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를 선보였다. 뉴스1

롯데와 키움이 맞붙은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롯데 1회초 공격 때 3번 타자 전준우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리자 조용하던 관중석에서 ‘와∼’ 하고 함성이 터졌다. 5월 5일 개막 이후 82일 만에 들려온 팬 1742명의 응원 소리에 고척스카이돔이 한껏 달아올랐다.

지난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장별 수용 인원 10% 규모로 관중 입장을 허용하면서 이날 고척스카이돔과 서울 잠실구장, 수원 KT위즈파크 등 3곳에서는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팬들이 ‘직관(직접 관람)’ 기회를 얻었다.

야구장에는 모처럼 생기가 돌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당국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권고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26일 서울 잠실구장을 찾은 한 두산 팬이 마스크와 투명 보호대로 얼굴을 감싼 채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뉴스1

비말 분출이 우려되는 육성 응원(직접 소리를 내서 응원하는 일)은 삼가라는 게 방역당국의 권고 사항이었지만 야구팬들은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마스크를 쓴 채 가족 연인 친구와도 띄엄띄엄 떨어져 앉았지만 안타나 호수비가 나올 때마다 탄성과 환호를 내질렀다. 응원단장들이 관중에게 육성 응원을 자제해 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하고, 전광판에도 수차례 같은 메시지가 흘러나왔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응원 분위기가 계속됐다.

환호를 더 많이 들은 쪽은 키움이었다.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한 키움은 이날 롯데를 8-1로 물리치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키움에서는 5번 타자로 출장한 박병호가 2루타 1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리면서 팀 승리에 앞장섰다.

LG와 두산이 맞붙은 서울 잠실구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관중 2424명 중 제일 먼저 입장한 두산 팬 김솔아 씨는 “너무 설레서 야구장 앞에 (경기 시작 3시간 반 전인) 1시 반쯤 왔다. 그동안 야구장이 엄청 그리웠다”면서 “거리 두기 권고를 준수하면서 안전하게 야구를 끝까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정말 끝까지 갔다. 두산은 9회말 1점을 쫓아가면서 4-3을 만든 뒤 1사 1, 2루 찬스를 이어갔지만 오재원이 병살타를 치면서 1승 2패로 주말 3연전을 마무리했다. 두산이 LG와 3연전을 치르면서 2승 이상을 기록하지 못한 건 지난해 4월 12∼14일(1승 2패)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관중 1807명이 입장한 수원에서는 안방 팀 KT가 선두 NC에 5-4 재역전승을 거뒀다. KT 8번 타자 장성우가 팀이 3-4로 끌려가던 8회말 2사 2, 3루에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광주와 대전에서도 이날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지만 관중은 없었다. 광주는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 중이라 1단계로 내려가기 전에는 관중을 받을 수 없다. 이날 경기에서는 KIA가 삼성을 8-5로 물리치고 3위 자리를 지켰다.

대전은 시(市) 차원에서 진행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이날 끝나 25일 우천 취소로 일정이 잡힌 27일 경기부터 관중을 입장시키기로 했다. 무관중으로 열린 마지막 대전 경기 승자는 한화를 7-4로 물리친 SK였다.

황규인 kini@donga.com·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