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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월북 김씨, 이목구비 뚜렷하고 말수 적은 청년” 증언

입력 | 2020-07-27 13:15:00

경기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에서 바라본 유도(留島)의 모습. 중립수역구역 내 있는 유도는 무인도이며, 유도 뒤쪽으로는 북한 황해도 개풍군 일대를 바라볼 수 있다. © News1


3년 전 한강 하구를 수영으로 건너 탈북했다가 며칠 전 헤엄을 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김모씨(24)의 집은 굳게 닫혀 있었다.

27일 오전 김씨가 살고 있는 김포시 양촌읍의 한 임대아파트 15층 현관 앞에는 ‘우편물 도착 안내서’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도착 안내서에는 김포우체국 소속 우체부가 24일, 27일 방문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김씨의 집 현관 번호키 자물쇠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김씨의 옆집에 살고 있던 A씨(39·여)는 “25일 오전 11시쯤 한 여성이 찾아와 ‘김씨가 내 차를 가지고 갔다’고 말한 뒤 24개월 된 여자아이를 맡겼다”면서 “열쇠 수리공과 함께 문을 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탈북 유튜버 개성아낙 김진아씨로 확인됐다.

김진아씨는 18일 오후 8시39분쯤 김포경찰서를 찾아가 “김씨가 차를 안돌려 준다”며 경찰서 형사과 직원과 상담후 112에 신고를 한 인물이다.

김진아씨는 26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김씨의 월북 동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김포경찰서에 찾아가 신고했지만 자기 소관 부서가 아니라며 무시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확인결과 김씨는 ‘차량 절도’만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김진아씨가 ‘(김씨가)짐을 싸갔다’, ‘집안이 텅 비어 있다’고 말하며 아이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집에서 좀 소란스럽게 생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씨의 집 아래에서 거주하는 또 다른 주민은 “김씨가 시끄럽게해 잠을 못 이뤘다”며 “밤에는 더 시끄럽고, 말도 꺼내지 말라”고 말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파트 경비원은 “김씨 키가 크고 훤칠해 기억이 난다”며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말수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난다”고 말했다.

김씨의 집 우편함에는 한국도로공사가 보낸 통행료 미납금 고지서 한장이 있었으며, 차량은 렌터카로 확인됐다.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탈북민 김씨는 최근 성폭행 사건 피의자로 입건되자 열흘 전인 17일 월북을 감행하기 위해 강화도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김씨가 지난 17일 지인 차량을 이용해 인천 강화군 교동으로 이동했고, 다음날인 18일 택시를 타고 접경지역 한 마을로 이동해 하차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가 택시에서 내린 마을에서는 그가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6월12일 오전 1시20분께 주거지인 김포시 아파트에서 탈북민이자 지인인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

김씨의 범행은 같은날 오전 3시26분께 이뤄진 피해자의 남자친구의 신고로 들통났다.

김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에게서 채취한 증거물 감정 결과 김씨의 DNA가 나온 사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통보받아 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월북과 관련한 수사는 성폭행 사건 한달여 후에 이뤄졌다.

경찰은 김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지난 20일 출국금지 조치했고,이틀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미 출국금지 하루 전인 19일 월북한 상태였다. 북한 당국은 관영 매체 등을 통해 김씨의 월북일을 ‘지난 19일’로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관련 수사에 대한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물론 재입북 과정 행적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김씨의 코로나19 감염의심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방역당국과 면밀하게 협조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은 27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김씨가 강화도 일대 배수로를 통해 한강 하구로 빠져나가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김씨가 2017년 6월 탈북했을 때 썼던 방법처럼 이번에도 한강 하구를 헤엄쳐서 황해도로 건너갔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고압선과 가시철조망을 2차례 넘어 지뢰밭을 건넜다”면서 “스티로폼과 밧줄로 구명대를 만들어 강화도쪽 불빛을 향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빛만 보고 수영을 한참 하다가 ‘유도섬’을 지나는데 불빛이 멀어지고 체온이 떨어져 ‘죽겠구나’ 싶었다”면서 ”물살에 자꾸 방향을 잃어 다시 헤엄치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분계선에서 군인을 만난 후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날 군 당국이 김씨 월북 사실을 발표하면서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씨의 이번 월북은 북한 소형 목선이 강원도 삼척에 입항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뒤 재발 방지를 약속한 지 1년만이다.

(김포=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