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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北에 ‘30억불 제공’? 조작된 문서”…‘北이 주적이냐’ 질문엔

입력 | 2020-07-27 17:19:00


“(비공개) 합의서가 있다면 북한에 30억 불을 제공한 것인데 엄청난 것이거든요. 그러면 국가정보원장 후보 사퇴해야겠죠?”(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제 인생과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조작입니다.”(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27일 국회에서 열린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당시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박 후보자와 야당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5억 달러를 송금한 의혹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박 후보자가 당시 5억 달러 외에도 25억 달러 상당의 대북투자·차관제공에 대해 합의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문건이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박 후보자가 북한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할 당시에 체결됐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문건은 2000년 4월 8일 작성됐으며 박 후보자와 송 부위원장의 서명이 담겼다.

주 원내대표가 박 후보자에게 이 문건을 보여주며 비공개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그건 제가 서명했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기억에 없다”고 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의 집중 질의가 이어지자 “기억에 없다”, “어떠한 경로로 입수한지 모르지만 4·8 합의서는 공개됐고 다른 문건에는 서명한 적이 없다”며 5차례에 걸쳐 부인했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당시 공개된 합의문의 박 후보자 서명과 주 원내대표가 의혹을 제기한 비공개 합의문의 서명을 비교해 보여주며 “사인이 똑 같다. (후보자)뿐만 아니라 북한 파트너였던 송우경 부위원장의 사인도 똑같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저와 김대중 정부를 모함하기 위해 위조했다고 생각한다”며 “원본이나 카피(복사본)을 주면 제가 검찰이나 경찰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해철 정보위원장이 “후보자에게 드릴테니 필요한 법적 절차가 있으면 밟아달라”고 하자 박 후보자는 “그렇게 자신 있으면 면책특권을 돌리지 말고 밖에 나가서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하라”며 “그러면 제가 고소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본은 한 부 뿐인데, 국가가 보관하고 있고, 제보를 받은 문건”이라며 “박 후보자가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고 했으니까 문건의 진위 여부만 밝히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가 1965년 광주교대 졸업 후 단국대 편입과 졸업 과정에서 학력을 위조했다는 논란을 두고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성적표를 공개하라. 권력 실세일 때 단국대를 겁박해서 학력을 위조했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성적을 가리고 제출해달라는 건 대학에서 할 일이지 제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박 후보자는 이날 의원들의 질의를 능수능란하게 받아내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답변 태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하 의원이 설전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위조, 겁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즉각 반발했다. 그는 “아무리 제가 청문을 받는다고 해도 사실이 아닌 것을, 위조, 겁박 이런 말을 하면서…”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의혹을 제기하는) 55년 전이면 하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21세기의 개념은 많이 차이가 있다”고 했다. 또 “그러한 의혹이 있는 것은 저한테 묻지 마시고 단국대학에 가서 물으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3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회담 성사를 위해) 특사만이 아니라 뭐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해야 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한미워킹그룹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미국에 끌려다녀서도 안 되고, 또 우리가 미국을 무시해서 나가는 것도 안 되기 때문에 잘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에는 “주적이면서도 협력의 대상”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