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합의서가 있다면 북한에 30억 불을 제공한 것인데 엄청난 것이거든요. 그러면 국가정보원장 후보 사퇴해야겠죠?”(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제 인생과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조작입니다.”(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27일 국회에서 열린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당시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박 후보자와 야당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5억 달러를 송금한 의혹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박 후보자가 당시 5억 달러 외에도 25억 달러 상당의 대북투자·차관제공에 대해 합의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주 원내대표가 박 후보자에게 이 문건을 보여주며 비공개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그건 제가 서명했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기억에 없다”고 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의 집중 질의가 이어지자 “기억에 없다”, “어떠한 경로로 입수한지 모르지만 4·8 합의서는 공개됐고 다른 문건에는 서명한 적이 없다”며 5차례에 걸쳐 부인했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당시 공개된 합의문의 박 후보자 서명과 주 원내대표가 의혹을 제기한 비공개 합의문의 서명을 비교해 보여주며 “사인이 똑 같다. (후보자)뿐만 아니라 북한 파트너였던 송우경 부위원장의 사인도 똑같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저와 김대중 정부를 모함하기 위해 위조했다고 생각한다”며 “원본이나 카피(복사본)을 주면 제가 검찰이나 경찰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해철 정보위원장이 “후보자에게 드릴테니 필요한 법적 절차가 있으면 밟아달라”고 하자 박 후보자는 “그렇게 자신 있으면 면책특권을 돌리지 말고 밖에 나가서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하라”며 “그러면 제가 고소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본은 한 부 뿐인데, 국가가 보관하고 있고, 제보를 받은 문건”이라며 “박 후보자가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고 했으니까 문건의 진위 여부만 밝히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가 1965년 광주교대 졸업 후 단국대 편입과 졸업 과정에서 학력을 위조했다는 논란을 두고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성적표를 공개하라. 권력 실세일 때 단국대를 겁박해서 학력을 위조했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성적을 가리고 제출해달라는 건 대학에서 할 일이지 제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박 후보자는 이날 3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회담 성사를 위해) 특사만이 아니라 뭐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해야 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한미워킹그룹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미국에 끌려다녀서도 안 되고, 또 우리가 미국을 무시해서 나가는 것도 안 되기 때문에 잘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에는 “주적이면서도 협력의 대상”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