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어제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개혁위 권고안은 검찰총장이 전국 검사의 지휘감독자로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을 6개 고등검찰청 검사장(고검장)에게 넘기도록 해 앞으로 검찰총장은 개별 사건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기획·정책업무 등만을 지휘하는 형식상의 수장으로만 남게 된다. ‘검찰행정청장’쯤으로 격하되는 셈이다. 권고안이 실현되려면 검찰청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국회를 거대 여당이 장악하고 있어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일 수 있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12조 2항의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는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이 조항은 전국 일선 검찰청마다 유사 사건을 수사하면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는 혼선을 피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사건 수사에 있어 개별 검사들이 정치적 외풍에 휘둘리지 않도록 검찰총장이 마지막 보루로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라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이 권고안은 우리 사회에서 어렵게나마 지키려 해온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차기 총장 후보군이자 경쟁자인 고검장들은 총장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의식해 권력의 편에 유리하게 지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내부에선 승진과 좋은 보직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 눈치 보기와 줄서기가 횡행할 수 있다.
개혁위 권고안은 외견상 검찰의 분권화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검찰 독립을 통해 권력의 부패를 막으라고 한 현행 검찰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퇴행적 방안이다. 더구나 이번 권고안은 ‘윤석열 총장 힘 빼기’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눴다고 해서 검찰 독립을 무력화하려 한다면 이는 권력의 사유화나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