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인하대 사학과 교수
신흥종교 간 갈등-연대 분석
“3·1운동 때 기독교-천도교 연합… 화합없는 현재의 종교 돌아봐야”

이영호 인하대 사학과 교수가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저서 ‘동학·천도교와 기독교의 갈등과 연대, 1893∼1919’를 들어 보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동학·천도교와 기독교의 갈등과 연대, 1893∼1919’(푸른역사)를 펴낸 이영호 인하대 사학과 교수(65)는 1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일어난 신흥종교의 관계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천도교와 기독교는 태생적으로 상극이지만 독립이라는 공동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배를 탔다는 점에 의미를 둔 것이다. 이 교수는 24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3·1운동의 교훈처럼 오늘날도 종교 간 연대할 수 있는 것들은 연대하며 사회적 의제를 찾고,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동학농민운동 직전인 1893년부터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까지 26년간 기독교와 천도교의 갈등과 연대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천도교가 기독교와 천주교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공통점이 늘어나면서 3·1운동에서 연대하는 바탕이 됐다고 봤다. 이 교수는 “천도교가 동학사상과 이별하고 근대 종교로 탈바꿈을 시도하면서 기독교의 문명개화 노선과 맞닿았다”며 “천도교에는 기독교의 ‘하나님’과 유사한 ‘한울님’의 개념이 있었고, 기독교와 천주교를 모방하며 예배, 교회당 건축, 전도 형식을 도입해 공통점이 늘어났다”고 했다.
다만 두 종교의 연대는 1919년 이후에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 교수는 “3·1운동 이후에도 독립이 너무 요원했고, 교단은 일제로부터 엄청난 핍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는 3·1운동 이후 기독교와 천도교의 민족운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20년대 일제가 문화통치를 표방하면서 종교단체의 집회를 허용했다”며 “당시 종교운동은 곧 사회운동이 됐다. 두 종교의 교단사가 아니라, 한국 근대사의 핵심으로 봐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