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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해보니 좋네”… 맨해튼 출근인원 8%뿐

입력 | 2020-07-29 03:00:00

美경제재개 한달 지났지만… 재택근무 선택 압도적 우위
네트워크 관리자 등만 출근… 코로나로 격리가 ‘뉴노멀’ 정착
구글은 “내년 7월까지 재택”




한산한 미국경제 심장부 27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넓은 거리를 행인 몇 명이 걷고 있다. 뉴욕시가 6월 코로나19와 관련된 경제 재가동을 시작하면서 근로자의 회사 출근을 허용했지만 사무실에 복귀한 근로자가 전체의 8%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 중 고를 수 있지만 누구도 기꺼이 회사에 나가려 하지 않아요.”

미국 뉴욕 맨해튼 인근 롱아일랜드의 집에서 5개월째 재택근무 중인 한 직장인은 “온라인 회의 시스템이 잘 구축돼 굳이 모여서 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출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직장인은 출근해야 한다’는 기본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시가 공식적인 경제 재가동에 나선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몰려 있는 맨해튼의 월가는 요즘 주중이나 주말을 가릴 것 없이 거리가 아주 한산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7일 뉴욕의 일일 확진자 수는 613명으로, 지난달 초 1000명대를 기록했던 때보다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거리에서 활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맨해튼 도심에서 일하던 근로자 가운데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복귀한 비율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RE그룹이 각 회사의 보안 회전문을 실제 통과하는 사람 수를 기초로 계산한 것이다. 뉴욕시는 6월 말 경제 재가동을 시작하면서 근로자의 회사 출근을 허용했지만 여전히 출근을 꺼리는 셈이다. 업무가 분초를 다투거나 고도의 집중을 해야 하는 증권 트레이더, 데이터 기술자 등 일부 직종의 근로자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기업들이 자체 판단에 따라 직원들의 정상 출근을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굳이 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올 필요가 없는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은 재택근무 방침을 내년 이후까지 연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시작했지만 실제 집에서 일해 보니 굳이 직장에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런 원격근무 트렌드는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에서는 거의 ‘뉴노멀’로 자리 잡아 가는 분위기다. 구글은 현재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을 내년 7월까지는 사무실로 복귀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이 방침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본사뿐 아니라 해외 주요국을 포함한 주요 지사에도 적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뉴욕 사무실을 일러야 10월에나 직원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트위터는 아직 결정을 못 했지만 출근을 시키더라도 전체 인원의 20%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아마도 10년 이내에 페이스북 직원의 절반은 집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사 버라이즌은 이달 초 방역 수칙을 잘 지킨다는 전제하에 뉴욕 지사 직원들에게 사무실 문을 개방했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사무실 공동화 현상은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9월 이후에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뉴욕시의 학교들도 오프라인 수업을 주당 2, 3회로 제한할 방침이라 자녀를 둔 근로자들이 모두 일터로 복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