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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튀기듯 구운 민어와 통밀 국수… 그날그날 다른 셰프의 코스요리

입력 | 2020-07-29 03:00:00


통밀 국수와 민어구이. 이윤화씨 제공

이윤화 음식평론가·‘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 저자

5년마다 열리는 세계적 문화 올림픽인 엑스포가 2015년에는 음식을 주제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렸다. 145개 참가국은 순간이 아닌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음식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전시했다. 그해 7월은 아주 무더워 넓은 전시장을 돌아보는 것은 작은 고행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독일의 ‘벌의 눈’이라는 공연장에 들어서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미디어아트와 공연이 결합된 독특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천장에는 꿀벌의 이미지를 담은 많은 모니터가 예측불허로 움직이고 있었다. 무대 아래의 관객들은 각종 식물이 됐다.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옮겨 주는 꿀벌의 수분(受粉)으로 열매가 생기고 씨앗이 만들어졌다. 이 흥미로운 퍼포먼스는 만물의 근원과 세상을 잇는 매개자로서의 꿀벌을 가르쳐주면서, 꿀벌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생태계에 위험이 닥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얼마 전 꿀벌 같은 김도윤 셰프를 만났다. 긴 머리를 단정히 묶은 김 셰프는 꿀벌의 귀여운 캐릭터라기보다는 홍익대 라이브 공연장의 보컬리스트 이미지였다. 그의 식당 ‘윤서울’의 가운데 있는 바 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신기한 기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드라이에이저 제분기 제면기 제빙기 채유기 등…. 이 기계들을 확대해 놓으면 웬만한 식품회사 개발실 못지않을 것 같다. 현대식 기기를 활용해 우리 음식의 보존과 새로운 발견을 도모하는 ‘꿀벌 셰프’의 활동 현장이었다.

이날 코스에 나온 간재미와 민어는 드라이에이저에서 제 빛깔을 유지하며 적당한 수분을 머금은 상태였다. 아마 옛날 손맛 좋은 어머니들이 꾸덕꾸덕하게 말린 최상의 상태가 이런 것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강원 평창에서 구한 조경밀(우리밀)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특히 인상 깊었다. 농가에서 구한 밀 알곡에서 쭉정이 같은 지저분한 것을 없앤 뒤 항아리에 보존하고 그때그때 제분기에 갈아 밀가루로 만들어 면을 뽑는다. 그는 면을 반죽할 때 쫄깃함을 핑계로 넣는 냉소다 같은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는다. 막 삶아 건진 면은 채유기에서 짠 참기름으로 비벼 준다. 면의 식감은 다소 거칠었지만 ‘이게 바로 면 맛이구나!’ 탄성이 나오게 된다.

국수 옆에는 껍질을 바싹 튀기듯 구워 오븐에서 익힌 민어와 된장소스가 곁들어졌다. 고추장에 절인 전복, 송아지흉선 지짐과 춘장소스, 징거미새우 & 감자전 등 쉽게 접해보기 어려운 음식과 이에 어울리는 것들이 이어졌다. 전체 음식의 시작과 마무리는 즉석에서 만든 계절 과일 셔벗이 깔끔하게 정리한다.

이곳에서는 메뉴를 선택하기보다 셰프가 그날의 좋은 식재료로 구성한 코스를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원재료의 시작부터 음식의 완성, 알맞은 술의 마리아주까지 차곡차곡 전달해 코스 내내 지루할 겨를이 없다.

이윤화 음식평론가·‘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 저자 yunaly@naver.com

윤서울=서울 마포구 홍익로2길 31, 디너코스(1인) 5만8000원, 일·월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