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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면합의서 논란에도… 하루만에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

입력 | 2020-07-29 03:00:00

野 추가검증 요구에도 일사천리… 與 보고서 단독채택 - 文대통령 재가
국회 청문회 다음날 절차 마무리… 주호영 “문건 진짜면 靑에도 있을것
신뢰할만한 전직 고위공무원 제보”, 박지원 “허위문건… 법적조치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종료된 지 하루도 안 돼 28일 임명을 강행했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지 몇 시간 뒤였다. 야당의 추가 검증 요구에도 문 대통령과 여당이 하루도 기다리지 않고 일사천리로 청문보고서를 처리하고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과 학계에선 “176석 거여(巨與)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미래통합당 정보위원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자의 6·15남북정상회담 이면합의서에 대한 진위 확인과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한 교육부 조사가 이뤄져야 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수 있다”며 채택 연기를 민주당에 요구했다. 정보위원인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북한에 대한 25억 달러 지원 내용에 담긴 합의서는) 신뢰할 만한 전직 고위 공무원에게 입수했다”면서 “문건이 진짜면 평양에 한 부 있을 것이고 청와대, 국정원에 보관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훈 (2000년) 당시 국정원 과장이 지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있어 확인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고, 확인했다면 밝히는 게 대통령의 의무”라고 했다.

그러나 여권은 야당의 요구를 일축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의혹은) 55년 전 일이며 조사의 실효적인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나 국정원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박 후보자는 직접 입장문을 내고 “이미 (2000년 당시) 대북특사단에 문의한 바 ‘전혀 기억이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는 확인을 받았다”면서 “제보했다는 전직 고위 공무원의 실명을 밝혀라. 합의서는 허위·날조된 것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역공을 펼쳤다.

곧바로 민주당은 이날 오후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정보위를 단독으로 열어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정보위는 민주당 의원은 8명이고, 통합당은 4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지난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도 청문회가 열린 다음 날 단독으로 처리한 데 이어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도 압도적 과반 의석을 무기로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50분경 박 후보자 임명을 재가했다.

2017년 5월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 때는 청문회를 마친 뒤 이틀 만에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고, 그 다음 날 문 대통령이 서 원장을 임명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임명 절차에 여권 관계자는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새 패러다임으로 대북·대미 업무를 시작하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은 “이면합의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격렬히 반발했다.

학계에서도 우려가 터져 나왔다. 경희대 허영 석좌교수는 “거대 여당이 국회를 지배하면서 입법부의 청와대 하명 기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민주화 이전에도 다수당이 지금처럼 안면몰수하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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