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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컨디션 ‘배구 여제’, 100% 팀에 녹아들었다

입력 | 2020-07-30 03:00:00

흥국생명 김연경 훈련 모습 첫 공개
“연봉퀸 이재영에게 얻어먹어야지” 띠동갑 후배와도 스스럼 없이 장난
“관심 너무 집중돼서 부담” 속내도
감독 “한달 뒤 컵대회 투입 검토”




11년 만에 V리그에 복귀한 흥국생명 김연경이 29일 경기 용인시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열린 공개 훈련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터키, 중국리그 등을 거쳐 오랜만에 국내 생활을 하고 있는 김연경은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용인=주현희 스포츠동아 기자 teth1147@donga.com

경기 용인시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체육관 벽면에는 보드판이 붙어 있다. 선수들이 매 시즌 자신의 목표 세 가지를 직접 써놓는 공간이다. 11시즌 만에 V리그로 돌아온 김연경(32)은 ‘통합우승 하기, 트리플크라운(한 경기에서 후위공격, 블로킹, 서브 각각 3점 이상) 달성, 감독님 말씀 잘 듣기’라고 적어 놓았다(사진). 29일 이곳에서 열린 훈련 공개행사에서 만난 김연경은 “세 가지를 잘 이루다 보면 통합우승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팀 합류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이날 훈련에서 김연경은 구슬땀을 흘리며 팀에 녹아들고 있었다. 올 1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 당시 복근 부상 이후 재활에만 집중했던 김연경은 이번 주 들어 볼 훈련을 재개했다. 아직 스스로 “몸 컨디션은 50%”라고 말할 정도로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다음 달 30일 시작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여자부 출전을 노리고 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려 컵 대회 때 경기에 투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코트 위에서 끊임없이 박수를 치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분위기를 밝게 했다. 처음 만난 후배들의 이름을 외우느라 한동안 고생했다는 그는 2년차 박현주(19), 3년차 이주아(20) 등 열 살 넘게 어린 후배에게도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다가섰다. 주장 김미연(27)은 “연경 언니는 분위기 메이커다. 입을 쉬지 않는다”며 팀 분위기를 전했다. 김연경과 같은 레프트 포지션인 이재영(24)도 “어려서부터 연경 언니와 같은 팀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 언니가 워낙 파이팅이 좋은 만큼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복귀하며 연봉(3억5000만 원) 삭감을 감수한 김연경은 “재영이가 연봉(6억 원)을 많이 받는다. (팀 내) 연봉 퀸에게 얻어먹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는 또 “배구가 팀 스포츠인데 포커스가 너무 나와 (쌍둥이 자매) 재영, 다영이에게만 맞춰져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선수가 자기 역할을 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국가대표 주전인 레프트 김연경, 이재영과 세터 이다영이 흥국생명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배구계에서도 흥행에 대한 기대와 전력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다시 한 번 배구 붐을 일으키겠다”고 말하는 김연경이 컵 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맹은 컵 대회 관중 입장 여부를 놓고 계속 고심하고 있다.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