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속 빛난 K기업] <2> 체질 바꾼 한국게임 폭풍성장
회사 매각설로 뒤숭숭하던 2019년 2월 오언 머호니 넥슨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의 주력을 PC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이때 이후 넥슨은 실제로 바뀌기 시작했다. 온라인보다는 모바일 게임에, 많이 만들기보단 소수의 확실한 흥행작에 역량을 모았다.
PC, 모바일로 나뉘었던 사업부를 통합하고 과거 PC 온라인 시절의 영광을 누렸던 지식재산권(IP)을 모바일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서비스 중이거나 개발 단계의 게임 17종을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 IP 9개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K게임’은 폭풍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 업체들이 주춤하는 가운데 한국 게임 업체들은 2분기(4∼6월)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5세대(5G) 통신시대를 가장 앞서 맞이한 한국의 특성상 모바일 게임시대가 열릴 것으로 일찌감치 내다보고 남보다 앞서 모바일로 전환한 게 통했다. 여기다 조직문화가 유연했고, 한발 빠른 글로벌 진출도 성공 요인이다.
넥슨뿐만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2016년에 처음으로 리니지를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한 뒤 모바일 게임 매출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렸다. 넷마블은 2011년 방준혁 의장 복귀 이후부터 모바일 매출 비중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정보기술(IT) 기업 특유의 유연한 조직 문화도 한몫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타 산업군보다 빠르게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중단 없이 전 세계에 모바일 게임을 공급할 수 있었다. 개발자들도 회사 컴퓨터를 빌려 집으로 가져가 업무를 이어가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월 말부터 전 직원 특별유급휴가, 직원 절반씩 순환 재택근무제, 주4일 분산근무제를 실시했다. 그 덕분에 연초 계획했던 리니지M(7월), 리니지2M(8월) 업데이트의 연기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연말까지 2종의 신작 게임도 출시하게 됐다.
리서치 업체들도 코로나19 이후 K게임의 성장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슈타티슈타는 올해 한국에서 모바일 게임 매출이 전년 대비 16.8% 성장한 23억5600만 달러(약 3조187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게임 산업이 발달한 미국(7.6%), 영국(8.7%), 일본(4.9%)보다 월등하게 높은 전망치다.
이승훈 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한국 게임기업들은 청소년 과몰입, 게임 셧다운제 같은 이슈들을 거치면서 전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건강한 콘텐츠들을 많이 개발했다”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이 같은 트렌드가 전 세계인에게 자연스럽게 확산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