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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풀면 중국 견제에 도움 판단”

입력 | 2020-07-30 03:00:00

한미, 사거리제한 해제 논의 시작




한미가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에 이어 탄도미사일의 800km 사거리 제한 등에 대한 논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41년간 유지돼 온 한국의 미사일 개발 족쇄가 모두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중국해 군사화 등 역내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 견제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 역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 완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제한 해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사일 개정과 관련해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는 우주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킬 좋은 계기라고 평가했다”며 “대통령은 앞으로도 완전한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사일 주권’을 언급하면서 한미 미사일 지침에 남아 있는 제한을 모두 푸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전날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해 브리핑하며 “만약 안보상 필요하다면 800km 사거리 제한 문제도 언제든지 미국 측과 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로 미사일 지침에 남은 제약은 △사거리 800km 초과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탄두 중량 500kg 이상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를 300km 이하로 제한 △인공위성 발사 시 이동식발사대(TEL) 발사 금지 조항 등이다.

이 중 남아 있는 핵심 제약 조항은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이다. 군은 국내 어디서든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미사일 전력을 갖추기 위해선 사거리 10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로 전용 가능한 잠재력을 갖추게 되더라도 미사일 개발을 위해선 사거리 제한이 여전히 족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이번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과정에서도 군은 사거리 제한 해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사거리 제한 해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오히려 사거리 제한을 풀어줘 한국이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키길 원하고 있다”며 “한국이 사거리 1000∼3000km 이상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개발하면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남중국해 필리핀해 등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는 미 항모 타격단과 전략폭격기 발진 기지인 괌을 사정권에 둔 중국의 미사일 전력은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위협 중 하나다.

미 국방부는 28일(현지 시간) 웹사이트에 올린 ‘미사일 방어는 강대국 파워 경쟁의 일부(part of Great Power Competition)’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중국인들은 군사적 야망에서 미사일 방어를 핵심으로 보고 있다”며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내에선 중국을 견제할 사거리 3000∼5500km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배치 후보지로 한국을 거론하고 있지만 정부는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해 “공식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으며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IRBM 배치에 반대하는 한국에 자체 미사일 개발의 길을 터주는 게 오히려 잠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미국이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가 자칫 미중 갈등에 휘말릴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한 외교소식통은 “2017년 미사일 지침 해제로 탄두 중량 제한이 사라진 데다 고체연료 로켓 개발도 가능해진 만큼 조속한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완화는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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