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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무시한 巨與, 임대차법 120분-공수처법 18분만에 처리

입력 | 2020-07-30 03:00:00

임대차3법-공수처3법 상임위 통과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임대차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법안’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까지 마무리 지었다. 이 과정에 소위 심사보고, 반대 토론, 축조심사, 비용 추계서 첨부 등 국회법에 적시된 절차는 생략됐다. 온전한 법을 만들기 위해 국회법에 규정한 절차이지만 민주당은 이를 사실상 무시했다.

이날 오전 10시 32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요구권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상정을 선언했다. 전날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전월세신고제’를 처리한 데 이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임대차 3법’ 처리 완성을 위한 수순을 강행한 것.

개회 선언 직후 미래통합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위원장석으로 나아가 “의사일정을 합의한 적 없다”며 항의했다. 김 의원은 “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 구성이 먼저”라며 정회를 요구했지만 윤 위원장은 소위 구성이 되지 않은 건 통합당 때문이라며 전체회의 논의를 강행했다. 윤 위원장과 범여권 의원들은 “부동산 안정에 한시가 급하다”며 반발하는 통합당 의원들을 물리치고 표결을 밀어붙였다. 통합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군사 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 “민주당 다 해 먹어라” 등의 격한 반응이 나왔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에 법안이 회부되면 대체토론→소위 심사보고→축조심사(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며 의결)→찬반토론→의결(표결)의 순서를 거친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소위 심사는) 소위가 있을 경우 심의를 거치라는 것”이라며 소위 심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반발한 통합당 의원들은 모두 법사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통합당 의원들이 빠진 회의장에서 반대 토론은 사라졌다. 법안 통과 결론을 정해놓은 채 해당 법안 필요성을 강조하는 찬성 토론만 이뤄진 셈이다. 소위 심사 뒤 이뤄져야 하는 축조심사와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생길 비용을 가늠하는 ‘비용 추계서’ 첨부에 대해서는 윤 위원장이 “생략하고자 하는데 이의가 있느냐”고 물은 뒤 생략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임대차보호법 표결을 선언했고, 가결 처리했다. 상정부터 가결까진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민주당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의안시스템에서 회의 개회 전 대안반영 폐기 처리되는 소동이 있었다. 김도읍 의원은 “자신들이 원하는 법은 의결도 하기 전에 처리를 해버린 것”이라며 불법성을 주장했다. 민주당과 법사위는 국회 전산시스템 구조상 벌어진 행정 착오라고 해명했다.

공수처법 후속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진행방식도 비슷했다. 소위 심사, 축조심사는 모두 생략된 채 관련 법안은 상정된 지 18분 만에 의결됐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는 민주당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법안만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먼저 들어온 법안부터 처리하는 선입선출 절차를 어기고 민주당 입맛에 맞는 법안들만 처리하고 있다는 것.

겸임 상임위인 운영위가 다른 일반 상임위와 함께 열린 것도 그동안 관행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겸임 상임위는 상임위원들의 원활한 참석을 위해 통상 일반 상임위와 같은 날 회의를 열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운영위는 7개 상임위가 진행되는 와중에 의사일정 합의 없이 열렸다. 이 때문에 상임위원들이 급하게 달려와 앉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은 그동안의 국회 운영 방식을 모두 무시하고 물리쳐도 법안을 만들어내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국회 운영 방식에 학계에서도 깊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의민주주의는 대의를 행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합의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다수결뿐 아니라 국민의 지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최혜령·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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