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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協, 추미애 ‘소설 쓰시네’ 발언에 “공식 사과하라” (전문)

입력 | 2020-07-30 13:48:00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소설 쓰시네” 야당 비아냥 발언에 소설가협회가 분노했다. 협회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았다”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김호운)는 30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이 땅에서 문학을 융성시키는 일은 참 험난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개탄했다.

협회는 소설의 개념까지 설명하며 추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협회는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다.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다”면서 “이런 소설의 기능과 역할을 안다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국회 법사법위원회에 현안보고차 참석한 추 장관은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휴가 미복귀 의혹 관련 질의를 했었다. 추 장관의 발언에 윤 의원은 “국회의원이 소설가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 협회는 “이번 기회에 걸핏하면 ‘소설 쓰는’ 것을 거짓말 하는 행위로 빗대어 발언해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 정치인들에게도 엄중한 각성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한국소설가협회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말한 “소설 쓰시네.”에 대하여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의원의 질의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소설 쓰시네.” 하고 말했다. 그러자 윤한홍 국회의원이 “…소설가가 아닙니다.”라고 응수했다.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소설가들은 놀라움을 넘어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

정치 입장을 떠나서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이 땅에서 문학을 융성시키는 일은 참 험난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번 기회에 걸핏하면 ‘소설 쓰는’ 것을 거짓말 하는 행위로 빗대어 발언해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 정치인들에게도 엄중한 각성을 촉구한다.

법무부 장관이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으니, 우선 간략하게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 ‘거짓말’과 ‘허구(虛構)’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여 이를 정리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다. 소설에서의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다.

이런 소설의 기능과 역할을 안다면, 어떻게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소설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더 나쁘고, 모르고 했다면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하는 말을 어떻게 신뢰해야 할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소설 문학을 발전 융성시키는 데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는가.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는 인터넷에서까지 난무하고 있는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무부 장관의 해명과 함께, “소설 쓰시네”라고 한 것에 대해 소설가들에게 공개 사과하기를 요청한다.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김호운 외 회원 일동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