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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의혹’ 직권조사 의미…“30여개 증거 신빙성 있다”

입력 | 2020-07-30 15:24:00

상임위 정례회의서 직권조사 실시 결정
직권조사 요건 중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
인권위 "피해자 측과 계속 소통해왔다"
"별도 직권조사팀 꾸려 조사 실시 계획"
피해자 측 "증거자료 30개 인권위 제출"




지난 28일 여성계 등으로부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등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를 요청 받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이틀 만에 관련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인권위 직권조사는 인권침해 여부 등에 대해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을 때 실시되는 만큼, 인권위가 피해자인 전 비서 주장과 전 비서 측이 제시한 관련 증거 등에 일단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30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위원회실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참석 아래 ‘제26차 상임위원회(상임위) 정례회의’를 비공개로 진행, 같은 날 오후 1시30분께 직권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인권위는 “당초 제3자 진정으로 접수된 3건의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측과 계속 소통하던 중, 피해자가 지난 28일 인권위의 직권조사를 요청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직권조사 요건 등을 검토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는 별도로 직권조사팀을 꾸려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 등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직권조사 결정을 통해 인권위는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등 행위 ▲서울시의 성희롱 등 피해에 대한 묵인 방조와 그것이 가능했던 구조 ▲성희롱 등 사안과 관련된 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개선 방안 검토 등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 측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상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3항에 따르면 인권위는 진정이 없는 경우에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피해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오던 인권위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요건 등을 검토한 뒤 직권조사 결정을 내린 만큼, 피해자의 진술에 더해 지금까지 제출했던 성추행 증거에 대한 신빙성도 높다고 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피해자 측은 지난 28일 인권위에 수백 페이지 분량의 직권조사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피해 사실 등이 담긴 증거자료 30여개를 같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잠시 만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전부 성추행 관련은 아니지만 저희가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하면서 제출한 증거 목록이 30개”라고 전했다.

‘성추행 관련 증거는 몇 개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 측은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증거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냈다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 문자 등을 공개했다.

한편 피해자 측이 진정 제출이 아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를 요청한 이유는, 진정서를 통한 조사의 경우 인권위가 해당 문서에 담긴 한정된 범위만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하게 될 경우 피해자 주장 등이 담긴 진정서 내용에 더해 전반적인 구조적 문제 파악과 제도 개선도 권고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직권조사 요청서 제출을 위한 기자회견 당시 “직권조사는 (진정과 달리) 피해자의 주장 범위를 넘어 적극적으로 개선할 문제를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추행 등 혐의로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 측 관계자들은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음란문자와 속옷 사진 등을 보내며 성적 괴롭힘을 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