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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체투자도 미루는 판에… 민자유치 잘될까

입력 | 2020-07-31 03:00:00

정부, 연말까지 민자 30조 유치 추진




정부가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 확대로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세금을 통한 재정사업만으로는 당초 계획한 투자 활성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이미 진행 중인 민자사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 국고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 초대형 민자 유치 목표가 ‘장밋빛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 나라 곳간 비자 ‘민자 활성화’

정부는 23일 발표한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에서 연말까지 ‘30조 원+α’ 규모의 민자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미 민자 적격성 조사 단계인 10조 원 규모의 사업을 서두르고, 추가로 7조6000억 원 규모의 신규 사업을 발굴해 연말까지 적격성 조사 의뢰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총사업비 24조 원 규모의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 일부를 민자로 추진하고 수소충전소 확충, 그린스마트스쿨 등의 한국형 뉴딜사업 일부를 민자로 제안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교통망 공공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민자사업을 축소하고 감독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2017년 7월 민자사업으로 추진했던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을 갑자기 재정사업으로 전환했고 다른 민자사업도 재정으로 돌리겠다고 공언했다. 같은 해 12월엔 민자도로 감독을 강화하고 과도한 손실 보전을 막는 ‘유료도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정책 기조는 달라졌다. 2018년 말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 민자사업 대상을 확대해 6조7000억 원 이상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말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선 총 15조 원 규모의 민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이달 들어 민자사업 목표치를 30조 원 이상으로 대폭 높인 것이다.

복지 확대 등으로 정부 지출이 급격히 늘면서 재정 여건이 악화되자 정부가 민간에 손을 벌리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서둘러 추진하다간 국고 부담 더 키워

정부는 민자사업 확대로 민간투자가 활성화되고 과잉 공급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대신 생산적인 투자처로 흘러갈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만성화된 경기 부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까지 겹치면서 지방자치단체 등이 이미 추진 중인 민자사업도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 3월 민간사업자 선정 공모를 진행한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은 신청한 사업체가 1곳도 없었다. 강원 동해신항 잡화부두사업,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개발사업 등도 공모 유찰로 지연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이 계획했던 투자도 미루는 판에 정책 리스크까지 있는 민자사업에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가 자칫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공공시설을 민간사업자가 짓는 대신에 정부가 20∼30년간 임차료 등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이라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대형 공공시설 중 BTL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의 적자 규모는 직영이나 위탁 방식보다 컸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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