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속 빛난 K기업]<3> 비대면시대 삼성전자의 힘
삼성전자는 2분기(4∼6월)에 매출 52조9700억 원, 영업이익 8조1500억 원을 올렸다고 30일 발표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는 등 소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해외 수출길도 막혔지만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올랐다.
반도체 사업 부문이 실적을 이끌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비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대신에 온라인 교육, 원격근무, 화상회의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삼성전자 측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는 부진했지만 데이터센터, PC 중심으로 수요가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5조4300억 원으로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66%에 달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2조300억 원이 늘었다.
스마트폰 사업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900억 원(25%) 상승한 1조9500억 원이었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마케팅 비용이 더 줄어든 덕분이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북미, 유럽 등 주요 수출 상대국 대부분이 2분기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높은 스마트폰 사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업체들과의 치열해지는 경쟁도 실적 부진을 예상했던 요인 중 하나였다. 실제로 삼성전자 측은 “매출과 판매량은 줄었다. 마케팅비를 절감하는 등 비용 효율화 작업, 중저가 모델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6월부터 북미, 인도 등 주요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시적 펜트업(pent-up·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일 가능성도 작지 않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5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삼성 갤럭시 언팩 2020’ 행사를 온라인으로 열고, 하반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갤럭시 노트20, 갤럭시 폴드2 등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한다.
소비자가전 사업 부문도 2분기 영업이익 7300억 원을 달성하며 선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시장별로 소비 흐름이 급변했는데 삼성전자는 세계 주요 소비시장별로 제품의 공급망관리를 체계적으로 구축해놓은 덕분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북미 시장에서는 한꺼번에 식료품을 구매해두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대용량 냉장고 판매가 급증했다. 공급망관리 체계 덕분에 대용량 냉장고를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었다. 남미 시장에서는 가사도우미를 쓸 수 없게 된 가정에서 로봇청소기 구매가 늘었다. 국내에선 ‘가전을 나답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주력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에게 부모 세대와 차별화된 제품을 선택하라고 권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한편 실적 발표 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충남 아산시 온양사업장을 찾아 ‘끊임없는 혁신’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라며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은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모듈, 초고성능 메모리 등 미래 반도체 생산에 활용되는 필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