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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먹통…탈북민 월북 상황서 軍 경계 장비 고장

입력 | 2020-07-31 13:12:00

태안 중국인 밀입국, 감시초소 총격 때도 장비 고장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씨(24)가 강화도 접경 지역을 통과했을 당시 포착된 영상을 군 당국이 분석중인 가운데 28일 김씨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의 내부 모습이 보이고 있다. 군 당국은 김씨가 배수로 내 쇠창살 형태의 철근 구조물과 철조망을 뚫고 헤엄쳐 월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7.28/뉴스1 © News1


탈북민 김모씨 월북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군 경계에 활용되는 장비가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태안 중국인 밀입국 사건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총격 사건 때도 장비 고장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군의 장비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가 31일 발표한 탈북민 월북 사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병대 연미정 소초의 열영상장치(TOD) 영상을 검토하던 중 김씨의 모습이 저장되지 않는 부분이 확인됐다.

TOD 담당자가 지난 23일 녹화 기능 장애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장 용량 문제로 판단해 23일 이전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이에 따라 김씨가 월북하던 장면 일부도 소실됐다.

군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파일을 복구했지만 64개만 되살릴 수 있었다. 김씨 월북 장면은 복구되지 않았다. 민간업체에도 복구를 의뢰했지만 영상은 고용량이라 복구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군은 해당 담당자가 김씨 월북 과정에서 부대의 경계 실패를 숨기기 위해 고의로 삭제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군은 거짓말 탐지기 등을 동원한 끝에 고의가 아닌 케이블 고장이나 전송 장치 오류로 결론 내렸다.

이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군 장비가 고장 나 제 역할을 못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 4월19일 충남 태안군 해변에서 발생한 중국인 밀입국 사건 당시 TOD가 작동하지 않아 밀입국 장면이 녹화되지 않았다.

저장된 영상을 녹화장치로 보내는 변환기(젠더)가 고장 났고 이에 근처 소초에 가서 해당 부품을 가져와 갈아 끼우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5월3일 발생한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총격사건 당시에도 우리 군이 보유한 중기관총이 고장 나 대응이 늦어졌다.

당일 오전 북한 감시초소로부터 총탄이 날아들자 우리 군 감시초소는 KR-6으로 대응사격을 시도했다. KR-6은 K-6 중기관총에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Remote Controlled Weapon Station)가 적용된 무기다.

당시 기관총 안에 있는 부품인 공이가 손상돼 있었고 결국 격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군은 급한 대로 구경 5.56㎜ K-3 경기관총으로 첫 대응 사격을 해야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