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씨(24)가 강화도 접경 지역을 통과했을 당시 포착된 영상을 군 당국이 분석중인 가운데 28일 김씨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에서 주민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0.7.28/뉴스1 © News1
군 당국이 탈북민의 ‘강화도 월북’ 사건과 관련해 경계에 허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은 지난해 6월 삼척항에서 벌어진 북한 목선 입항 사건 및 올해 4~5월 태안에서 발생한 중국발 밀입국 사건 때도 재발방지를 약속했었다. 군 경계 태세의 허술함이 드러나는 일이 반복되며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오전 10시 이번 월북 사건과 관련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조사한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월북자의 이동 경로와 군의 대비태세가 주 조사 대상이다.
군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김모씨(24)의 재월북을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 순간은 지난 18일 오전 2시18분부터다. 당시 김씨는 택시를 타고 강화도 월곳리에 도착, 인근 연미정 정자를 들린 뒤 곧바로 배수로로 향했다. 이러한 김씨 행적은 위병소와 민통선 폐쇄회로(CC)TV에 세 차례나 포착됐다.
김씨가 택시에서 하차한 뒤 배수로에서 자취를 감추기 전까지는 10여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군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당시 200m 거리에 있던 경계병은 택시 불빛을 육안으로 봤지만 마을 주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씨가 통과한 배수로 관리도 엉망이었다. 내부에는 저지봉 역할을 하는 철봉과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몸집이 왜소한 김씨는 이 틈으로 유유히 통과했다. 철봉 사이 틈이 최대 30~40cm에 달했고, 노후화한 철조망은 제 기능을 못했다.
합참 관계자는 “배수로 점검은 지침상 매일 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현장 관계자에 확인해보니 실제로 (매일)하고 있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이번 사태의 후속 조치로 Δ전 부대 대상 수문·배수로 점검 Δ개폐식 등 경계 보강물 설치 Δ민간인 이동 통제 강화 Δ통합방위 작전 태세 강화 Δ감시장비 운용 여건 및 정신적 대비태세 보강 Δ감시 인원의 전문적 숙련도 향상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참은 강화도 지역 경계를 담당하는 해병대 2사단장의 보직을 해임하고, 지휘 책임이 있는 이승도 해병대사령관과 최진규 수도군단장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기로 했다. 또 주요 직위자와 관련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경계 실패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징계 대상에서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은 빠져 논란이 예상된다. 강화도 월곳리 지역의 작전통제 및 지휘계선은 해병 2사단(사단장 백경순), 수도군단(군단장 최진규), 지상작전사령부(사령관 남영신)로 올라간다.
지난해 군의 경계를 뚫고 삼척항으로 들어온 북한 목선 사건과 비교했을 때도 징계대상 범위가 줄었다. 당시 정부는 합참의장,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 등 군 지도부를 엄중 경고했다. 육군 8군단장은 보직해임됐고,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