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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당한 軍, ‘탈북자 월북’ 10차례 포착하고도 전혀 몰라

입력 | 2020-07-31 16:40:00


탈북민 김모씨(24)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모습. 군 관계자는 31일, 배수로 내 쇠창살 형태의 철근 구조물과 철조망이 낡아 김씨가 틈새를 벌려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News1

군이 헤엄쳐 월북(越北)한 탈북민 김모 씨(24)를 감시 장비로 10차례나 포착하고도 월북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의 월북 시도를 저지하거나 확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8일 뒤 북한의 공개 보도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경위 파악에 나선 것이다. 기강과 경계 대비 태세가 완전히 무너진 군이 눈 뜨고 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8일 인천 강화군 월곳리에서 한강을 건너 북한으로 넘어간 김 씨의 행적은 초소 폐쇄회로(CC)TV와 근·중거리 감시카메라, 열상감시장비(TOD)에 모두 10차례 찍혔다. 18일 오전 2시 18분경 강화군 연미정 인근에 도착한 택시에서 하차한 김 씨는 연미정 인근 철책선 아래 배수로를 지나 불과 74분 만에 약 2㎞ 거리를 헤엄쳐 건넜다. 당시 경계 근무자는 택시의 불빛을 보고도 이를 추적, 감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날 오전 4시경 김 씨가 북한 개풍군 탄포 지역 강기슭에 도착해 마을로 걸어가는 장면이 TOD에 담겼으나 이마저 근무자가 발견하고도 북한 주민이라고 생각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합참은 밝혔다. 월북 루트로 사용된 배수로는 철근 등 장애물 노후화돼 누구나 통과가 가능한 상태로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씨(24)가 강화도 접경 지역을 통과했을 당시 포착된 영상을 군 당국이 분석중인 가운데 28일 김씨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앞 초소가 인적 없이 조용하다. 해병대 2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초소는 야간에 경계근무를 서고 오후2시까지는 비어 있다. 전방에는 (왼쪽)북한과 김포가 동시에 보인다. 2020.7.28/뉴스1 © News1

합참은 “감시 장비가 북한의 침투 세력을 감시하도록 전방을 주시하는 체계로 이뤄져 월북 행적에 대한 감시가 미흡했다”며“지휘 책임이 있는 해병대 사령관과 수도군 군단장에 엄중 경고하고 관할 지역인 해병대 2사단장을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할 김포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번 사건을 비롯해 최근 1년 여간 경계 실패가 세 차례 이어지면서 군의 경계 작전 전반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보도 이후 1시간 28분 뒤에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전화를 받고 처음 월북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혀 비판이 잇따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