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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들을 더 절망케 하는 野의 무기력과 나태함

입력 | 2020-08-01 00:00:00


정부는 어제 예정에 없던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의결하고 곧바로 관보에 게재해 즉각 공포했다. 불과 나흘 만에 국회 법사위 상정과 본회의 통과, 법 시행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보지 못했던 여당의 입법 폭주에 미래통합당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176석 거여(巨與)의 국회 무시 행태에 제동을 걸기 힘든 소수 정파의 한계를 부인할 순 없다. 국회법상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이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더라도 거여의 의석수로 언제든지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야당의 무기력한 대응의 변명이 될 순 없다. 여당이 군사작전하듯 처리한 법들은 국민의 생활과 미래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칠 내용들이다. 제1 야당이라면 제한된 여건 속에서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때 야당 의원들은 무조건 투표에 불참한다며 퇴장했다. 쟁점별로 원내외에서 매일 정책토론회라도 열어 문제점과 대안을 공론화시키고 전문가들과 시민의 목소리를 수렴했어야 하는데, 원내와 장외를 기계적으로 나누는 고정관념에 갇혀 움직이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여권은 그 책임을 전임 보수 정권 탓으로 돌리고,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정권 예속화 우려가 큰 검경조정안을 권력기관 개혁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런 전방위적 선전 공세가 이어지는데도 야당에선 외마디 반대를 넘어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국민을 상대로 설득전을 펼치는 절실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권력형 비리로 번질 이슈들이 계속 터져 나오지만 야당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수적 열세에 주눅이 들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야당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태다. 과거 ‘공룡정당’의 타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기대는 야당은 미래가 없다. 원내외 다양한 공간에서 더 치열하게 따지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공론의 장을 넓혀나가야 한다. 의석수 한계 운운하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역대로 지금 야당보다 더 의석수가 적었던 야당이 정국을 주도한 적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