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하겠다며 지폐를 전자레인지에 넣는 행위는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효과도 불분명한 데다 전자파가 돈의 홀로그램과 숨은 은선 등 위조 방지 장치에 영향을 끼쳐 불이 나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부조금으로 받은 현금 수천만 원을 소독하겠다며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가 찢어지고 떡처럼 된 젖은 종이뭉치를 가져온 사람도 있는데, 이틀간의 수작업 끝에 확인이 불가능한 것을 빼고 새 돈으로 교환받은 금액이 2200만여 원에 달했다. 손상된 지폐는 남은 면적에 따라 교환액이 결정된다.
▷1달러 지폐에 붙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섭씨 22도에서 약 8시간 이상 생존한다고 한다. 최근 미 육군 감염병연구소가 실험했는데 37도에서는 4시간가량으로 떨어졌다. 아직까지 지폐를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됐다는 보고는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에서 들어온 화폐를 150도 고열로 살균처리하고 소독된 금고에 2주간 보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지폐소독기를 운영하고 금고도 방역한다.
▷워낙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니 철저한 예방은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이 지나친 나머지 우환을 자초해서도 안 되지 않을까. 돈에 묻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마른 천에 소독제를 묻혀 닦고, 그 뒤에 손을 잘 씻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일일이 다 닦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만진다면 의료용 장갑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방심해서는 안 되지만 검증도 안 된 개인 요법으로는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없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