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계기 미중 갈등 전방위 확전 한국, 미중 가운데 선택의 순간 다가와 사안별 국가이익 부각하며 결정해야 비핵화 고려않는 남북관계 올인은 위험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코로나19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 관계는 트럼프의 대선 전략으로 보기에는 그 깊이와 범위가 너무 크다. 미 의회는 최근 들어 대만, 홍콩, 티베트, 신장위구르 등 중국의 핵심 국가이익과 관련된 법안들을 줄줄이 통과시켰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교란을 겪게 되자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구상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제 기능을 못 하는 G7 혹은 G20을 대신하여 D10, 즉 민주주의 10개국으로 이뤄진 새로운 동맹체제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급기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요바린다 닉슨도서관 연설에서 ‘중국이라는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40년 전 닉슨의 회고까지 인용하면서 중국이 변해야 세상이 안전해진다며 사실상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을 보는 미국인들의 근본적 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한다. 즉, 지난 40여 년간의 대(對)중국 관여정책이 중국을 개방된 체제, 기존 국제질서 순응, 법치, 민주주의 가치 수용 같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힘을 키울 시간만 줘서 결국 오늘날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로 만들었다는 실패론이다. 미국이 1979년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할 때 기본적인 전제는 중국을 국제경제 체제 속으로 견인하고 포용하면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순응해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제는 잘못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중국은 미국의 관여정책하에서 최대의 혜택을 받은 국가이지만 갈수록 기존 국제체제와 룰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밀어내고 자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중 관계는 이제 패권경쟁, 체제경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중이 격돌하는 상황은 단순히 미중 간의 관계를 넘어 전 세계에 심각한 여파를 불러올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갈수록 안보와 경제도 얽혀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더 이상 유지 가능한 외교 태세가 아니다. 결국 사안별로,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들거나 중국을 적대하는 것이 아닌, ‘현명한 국가이익(enlightened self-interest)’ 기준으로 선택한다는 평판을 만들어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한국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사사건건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을 망설이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한국을 흔들어댈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될 비전과 전략은 있나. 한국 정부는 미중이 싸우는 틈을 타 남북과 북-미 관계를 분리해 비핵화 진전과는 상관없이 남북 관계에만 올인하려 한다. 그 결과는 한미 간의 디커플링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한국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