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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깜깜이’ 북한 날씨

입력 | 2020-08-01 03:00:00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당분간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올 6월 북한은 남북경협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경협을 이야기하는 것이 시기상조이지만 경협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협이 본격화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주도해 가기가 쉽지 않다. 또한 경협이 가능할 정도로 분위기가 호전된다고 해도 북한이 굳이 남한하고만 경협을 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남한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외국 기업들이 북한과의 경협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남북경협과 관련해 우리의 준비 상황을 살펴본다면 미비한 분야들을 일부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북한 날씨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기상 정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우리는 세계기상기구(WMO)의 통신망을 통해 북한 27개 지점의 기상 정보를 받아보고 있을 뿐이다. 비록 기상청이 이를 활용하여 북한 당국보다 훨씬 강화된 예보를 생산하고 있지만 그 외의 기상 정보에 대해서는 감감한 상태이다.

기상 정보는 남북경협에 기본이 되는 정보다.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 산업의 투자 결정에 기상 정보는 필수적이다. 이 밖에도 산업단지나 도시 조성, 농수산지 및 관광지 개발, 소비재나 서비스 업종 선정 등 오늘날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는데, 특히 기후변화가 가속되면서 그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기상 정보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가 남북경협에서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고도화된 기상 모델을 활용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관심 지역에 대한 특화된 기상 정보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들 국가의 기업은 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북한이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다면 이들 기업은 뛰어난 기상 정보로 무장하여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다.

이런 나라들보다 우리가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북한 기상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축적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이를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으로부터 기상 정보를 직접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상황과 북한의 폐쇄성을 고려한다면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북한 기상 정보를 수집하여 체계화할 수 있고, 우리의 데이터 처리 기술을 활용하여 이를 유용한 정보로 가공할 수 있다. 아울러 ‘기상과 수문’ 등을 비롯한 북한의 각종 학술자료들을 통해서도 비교적 잘 정리된 북한 기상 정보를 발굴해 향후 남북경협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남북관계는 엄동설한의 계절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겨울에 농기구를 정비하여 봄의 농번기를 준비하듯 이럴 때일수록 차분히 숨을 고르며 미래의 경협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남북경협 준비는 북한의 날씨를 보다 정확하게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