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관계자들 직접 조사 함께 당시 CCTV자료 제출도 요구 정부는 “보안문제로 어렵다” 고수 “쉬쉬하다 외교 갈등으로 번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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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남짓 쉬쉬하던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면서 한국과 뉴질랜드 간 외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외교관의 성 추문이 잇따르는데도 외교부가 “말할 수 없다”는 미온적인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만큼 이번 기회에 외교부 문화를 근본적으로 쇄신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외교부는 외교관 A 씨가 2017년 말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에 근무할 당시 현지 채용 백인 남성을 세 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당시 대사관 관계자들의 증언을 받아 이를 서면 자료로 뉴질랜드 정부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관계자들에 대한 직접 조사와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를 요구하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사관 보안 문제와 외교 관례로 볼 때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에 실망했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교부 당국자들은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 확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사건 발생 2년 반여 만에 한국과 뉴질랜드 정상 간 통화에서 뒤늦게 드러난 사건에 대해 이제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외교부가 2018년 감사를 통해 A 씨의 비위 의혹을 발견했을 때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가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는 것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