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전세… 개발시대 의식”, 현장 아우성인데 與 아무말 대잔치

입력 | 2020-08-03 00:00:00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1일 임대차 3법이 전세제도를 소멸시킬 것이라는 야당의 우려에 대해 “(그걸) 아쉬워하는 분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임대차법 강행을 비판한 야당 의원을 두고 “조리 있게 말하는 건-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이 아닌-그쪽에서 귀한 사례”라고 했다. 속전속결 입법이 낳은 시장의 혼란을 비판하는 이들을 ‘구시대 의식’ ‘이상한 사람’으로 폄훼한 것이다.

여당 의원들의 저열한 언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혼란으로 불안과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 뿐이다. 임대차법 개정을 전후해 시장에선 전세 물건이 사라지고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새로 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은 전세를 못 구해 발만 구르고, 불분명한 규정들로 인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 의원들은 야당 깎아내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법의 허점을 설득력 있게 비판해 여론의 호응을 얻은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을 표적으로 삼았다. 윤준병 의원은 그 반박으로 전세제도의 소멸은 정상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월세가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아 많은 임차인이 전세를 선호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전세가 사라지면 월세 부담이 커질 것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그저 전세에 미련을 가졌다며 싸잡아 ‘개발시대 의식 수준’이라 몰아붙였을 뿐이다.

이처럼 반박이 군색하니 저급한 막말과 자극적이고 이념 편향적인 발언에 의존한다. 심지어 “집을 사고팔면서 거기에서 차익을 남기려는 사람들은 범죄자” “도둑들” 같은 발언까지 등장했는데, 막상 그런 발언을 내놓는 여당 의원들 자신들이 건물 토지 등 부동산을 일반인은 엄두도 내기 힘든 수준으로 보유한 경우가 다반사다.

시장을 흔들어 놓을 법률을 야당과 협의도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여당이다. 여당 의원이라면 마땅히 현장으로 달려가 혹시라도 부작용이나 애로사항은 없는지 지역구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시장의 혼란을 수습할 보완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 그저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싸잡아 매도하고 반박하는 데만 골몰한다. 하루아침에 질서를 뒤집어놓고 어떤 불평도 틀어막겠다는 무도한 점령군 행태와 다를 게 무엇인가. 나아가 야당의 목소리 톤까지 거론하는 그 오만의 언사가 우리 정치를 얼마나 오염시킬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