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필름으로 유명했던 후지필름 역시 환골탈태를 통해 성공한 회사다. 2000년엔 매출의 60%가 필름에서 나왔지만 그 후 필름산업이 급속히 무너졌다. 그럼에도 후지필름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쟁력을 잃은 분야는 과감히 버리고 신사업으로 무장한 덕이다. 새로운 핵심 사업은 바이오 헬스케어. 필름과 바이오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필름의 주원료가 피부의 주성분과 같은 콜라겐이다. 화학재료와 나노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한다.
▷후지필름과 함께 세계 필름시장을 지배했던 회사가 미국의 코닥이다. 코닥은 디지털 변화를 쫓아가지 못해 망한 기업의 대표 사례로 경영학 교과서에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코닥이 디지털 기술을 몰랐거나 무시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고 1981년 사내 보고서에서 디지털카메라의 위협을 정확히 분석했다. 디지털화에 필요한 기술특허도 제일 많이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존 필름사업이 계속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기에 디지털 사업에 전력투구하지 못했고 변화의 시기를 놓쳐 버렸다. 새 흐름을 몰랐던 게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이끌 리더십이 부족했던 것이다. 2012년 코닥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추억의 코닥 사진’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