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권오혁 정치부 기자
통일부 장관에 지명된 지 한 달, 취임한 지 일주일이 된 이인영 장관에 대해 2일 통일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평가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이자 86세대의 대표주자인 이 장관에 대해 북한도 거부감이 덜한 만큼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취임 뒤 현재까지 내놓은 남북관계 해법과 발언이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 한복판에서도 평화를 외치는 사람만이 더 정의롭고 더 정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북-미 비핵화 협상,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핵보유국” “자위적 핵 억제력” 등을 직접 언급한 데 대한 생각을 묻자 내놓은 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장관 등 남북관계 총력전을 벌이는 새 외교안보라인의 첫 성패를 가를 8월이 시작됐다. 이달 8월 15일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대화 복원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에도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8월은 올해 남북관계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 제안에 호응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구상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는다. 이 장관이 강조한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 성사도 어려워진다.
이 장관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했지만 통일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이 장관의 구상만으로는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취임 뒤 첫 주말, 이 장관은 장관 자격이 아니라 국회의원 자격으로 2017년부터 계속해 온 ‘통일 걷기’ 행사에 참석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엄중한 남북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이 장관이 ‘창의적 해법’의 진짜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더 썼어야 하지 않을까.
권오혁 정치부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