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공동 캠페인 강릉 연곡해변 찾은 ‘책버스’
지난달 31일 강원 강릉시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을 찾은 ‘책 읽는 버스’ 앞에서 책 놀이 프로그램 ‘문제가 생겼어요!’가 시작되자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모여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강릉=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책 읽는 버스’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운영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이동식 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1987년 설립된 후 이동식 도서관으로 농어촌을 찾아가거나 지역 축제 현장 등을 방문해 책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 대여는 물론 구연동화, 심리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강사로 나선 최혜경 마음놀이터 심리상담연구소장이 동화책 ‘문제가 생겼어요!’를 읽어주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눈이 점차 초롱초롱해졌다. 책에서 아이는 엄마가 없는 사이에 식탁보에 다리미질을 해보다 누렇게 태워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최 소장이 “우리 친구들이 실수하면 엄마가 어떻게 할 것 같아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몽둥이로 맞을 것 같아요”라며 깔깔 웃었다. 동화책의 결말은 외출했다 돌아온 엄마가 다리미 자국을 바탕으로 물고기 모양으로 수를 놓아 식탁보를 더 예쁘게 꾸미면서 끝났다. 아이들에게서 “우와”하는 감탄이 나왔다.
책 버스에는 책 1000여 권이 비치돼 있고, 긴 의자에 에어컨도 있어 누구나 시원하고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다. 경기 시흥시에서 온 강범준(11), 강민준(7) 형제도 책 버스를 찾았다. 민준 군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책이 있으면 빌려가야겠다”고 했다. 범준 군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책 버스에서 재미있는 행사를 한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했다. 대구에서 온 김소연 양(10)은 “물놀이 말고 다른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책을 빌려가서 텐트에서 읽어야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책을 빌려갈 수 있도록 전자책 서비스도 확대했다. 변현주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사무처장은 “스마트폰 앱을 깔면 전자책을 일주일 동안 읽을 수 있도록 무료로 대여해 준다”며 “책 버스에서 직접 도서를 빌려가는 이들을 위해 수시로 방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목사는 “이곳 캠핑장에서 책을 빌리는 수요가 많아 책 버스 운영기간을 16일까지로 일주일 더 늘렸다”며 “한 명이라도 더 책을 읽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강릉=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