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뀌는 전월세살이] 수리비-청소비 등 분쟁 막을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계업소에 ‘전세와 월세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세입자를 보호하는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월세 거래 방식에 격변이 예상된다. 임대료 인상에 제약이 생긴 집주인이 외국처럼 세입자를 가려 받고, 세입자가 나갈 때에는 ‘원상회복’ 의무를 엄격하게 들이댈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세입자는 한번 집을 구하면 4년간 임대료 인상 걱정을 덜지만, 집주인 요구에 맞추느라 불편이 커질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론 개·보수에 투자하지 않는 집주인 때문에 주거의 질(質)이 저하될 우려도 나온다.
‘면접 보고 세입자 받는 시대가 올 것 같네요.’ 임대차 3법이 전격 시행된 지난달 31일 국내 유명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내용이다.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외에도 집주인에게 하자 보수를 수시로 요구하는 피곤한 세입자나 월세를 밀릴 법한 세입자는 거르고 ‘말 잘 듣는 세입자’만 받겠다는 취지다. 세입자가 나갈 때 사소한 벽지 흠집이나 못 자국까지 원래대로 돌려놓거나 따로 수리비나 청소비를 물리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이 충분치 않으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사사건건 깐깐하게 대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두꺼운 세입자 보호 장치 덕분에 한번 들어가면 주거 안정을 보장받지만, 새로 집을 구하거나 나갈 때 집주인의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되기도 어려운 해외처럼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급작스러운 새 제도의 시행으로 이처럼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 소지는 커졌다. 하지만 국내 분쟁조정 절차는 한쪽이 거부하면 시작할 수가 없어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분쟁을 최소화할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