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다. 프로배구 선수들이 악플에 멍들고 있다. 동아일보DB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이런 가운데 1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시즌까지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고유민(25)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 경찰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2013∼2014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고유민은 7시즌 동안 팀에서 백업 레프트로 뛰었다. 올 3월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을 떠났고 구단은 5월 그를 임의탈퇴 처리했다.
고인이 떠난 뒤 그가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려 온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시즌 막판 부상당한 주전 리베로를 대신해 임시 리베로로 투입돼 부진했던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고유민은 5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팬도 아니신 분이 어쭙잖은 충고 같은 글 보내지 말아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만연해 있던 악플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문제는 크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한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악플을 접하지 말라고 권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연예뉴스처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댓글 기능을 없애거나 댓글 실명제를 실시하자는 등의 대안도 나오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평가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구단 차원의 악플 대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이 됐든 손을 놓고만 있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
김연경은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무의미하게 보낸 오늘이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기다리던 내일”이라는 추모의 글을 올렸다. 꽃다운 선수의 안타까운 선택으로 드러난 여자 프로배구의 어두운 그림자. 이를 걷어내지 못하면 밝은 내일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아야 할 때다.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