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 전화항의 6일만에 성추행 의혹 외교관에 귀국 지시 “범죄인 인도요청 오면 협조할 것” ‘외교망신 후 뒷북대응’ 비판
외교부가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 재임 시절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외교관 A 씨에게 3일 귀국하라고 지시했다. 뉴질랜드가 요청하면 사건 조사를 위한 사법 공조와 범죄인 인도 요청에 협조하겠다고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의 정상 통화에서 문제 제기를 받은 지 6일 만이다. 사건이 양국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서야 외교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A 씨는 이날 귀국 지시를 받기 전까지 아시아 국가의 총영사로 일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날짜로 A 씨에 대해 즉각 귀임 발령을 내고 최단시간에 귀국하도록 조치했다. 여러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인사 조치 차원”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에서 총영사로 재임하고 있는 A 씨는 귀국 후 14일간 자가 격리를 한 뒤 외교부에 입장을 소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뉴질랜드가 공식적으로 A 씨에 대한 형사사법 공조와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해오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면책권’ 논란을 불식하고 향후 A 씨를 뉴질랜드에 인도해야 할 상황이 오면 하겠다는 뜻이다. 뉴질랜드는 한국대사관 측에 자국 내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 협조 요청은 했으나 아직 한국에 공식적으로 형사사법 공조 협조 요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부는 뉴질랜드 측이 대사관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요구한 데 대해 A 씨 외에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과 공관원들에 대한 면책권은 포기할 수 없다면서, 이들의 참고인 조사를 허용하는 대신 의견서 등을 뉴질랜드 당국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외교부 청사에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대사를 만나 A 씨의 귀임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국장은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 간 통화 도중 갑자기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후 부총리 등 고위 당국자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