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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압류-광복절-지소미아… 8월 한일관계 지뢰밭 걷는다

입력 | 2020-08-04 03:00:00

양국 뇌관 될 현안 몰려 격랑 예고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매각을 위한 절차가 4일 사실상 시작되고 이달 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 여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일관계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일본과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하지만 한일관계의 뇌관이 될 현안들이 이달에 몰려 있는데도 양국 정상 간은 물론이고 의미 있는 고위급 협상도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더 늦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한일 정상이 상황 해결의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한일관계 뇌관 가득한 8월

당장 4일 0시를 기해 강제징용 판결에서 패소한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에 대한 압류결정문 효력이 공시송달을 통해 발생한 것은 가장 큰 변수다. 최종 현금화까지 4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자산 감정평가에 속도가 붙고 법원이 심문서 송달 과정을 생략할 경우 이르면 10월에도 현금화가 가능하다. 정부 당국자는 “현금화 이후에는 한일관계 최악까지 8분 능선을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22일은 정부가 지난해 지소미아 만료 시한 90일 전인 8월 24일을 앞두고 종료 결정을 발표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단위로 협정을 연장해온 지소미아는 협정 종료를 원하는 국가가 만료 90일 전 종료를 통보해야 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종료를 통보한 뒤 11월에 조건부로 종료를 유예했기 때문에 올해는 만료 시한 90일 전인 24일까지 종료를 통보하지 않아도 종료 통보 효력이 유지된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종료를 통보하지 않으면 협정이 자동 연장된다고 일본이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최후의 협상 지렛대로 보는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국의 강력한 반발로 진땀을 흘렸던 외교 당국은 “지소미아 종료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이지만 일본의 반응에 따라 정부도 강경 메시지를 내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광복절인 15일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국 ‘패전일’을 맞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대립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처로 정치적 수세에 몰린 그가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외교 당국은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아베 사죄상’과 관련해 “일본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결국 한일 정상이 움직여야”

이처럼 이달 한일관계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는데도 정부는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외교적 방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3일 “강제징용 문제는 사법 절차로 진행돼 외교 당국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서도 “정상회담에 한국은 열려 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 간 국장급 협의 등 실무선에서는 한일관계 해법을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파국을 원하지 않는 청와대는 8·15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화 메시지를 낸 뒤 주요 7개국(G7) 확대정상회의를 통해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대응에 따라 (광복절) 메시지는 유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이 여전히 ‘방치’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현재 한일관계는 밑에서부터 푸는 ‘보텀업’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기됐으나 국회 입법화에 실패했던 ‘문희상안’도 대안으로 다시 거론된다. 한일 관련 기업뿐 아니라 양국 국민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재단을 설립한 뒤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강제징용 피해자까지도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 포함해 과거사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자는 방안이다.

한기재 record@donga.com·최지선·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