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파동’ 이후 첫 공개 메시지
신고식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검찰청 강당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은 3일 오후 4시 30분 대검찰청의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검사가 형사법 집행을 할 때 유념해야 할 덕목을 강조하며 ‘독재’ ‘전체주의’ ‘법의 지배(Rule of law)’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윤 총장이 권력형 비리를 수사한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과 갈등을 겪는 도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여권을 작심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공개 발언을 한 것은 6월 24일 ‘인권중심수사 태스크포스’ 출범 첫 회의에서 “강제수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이후 40일 만이다. 윤 총장은 지난주부터 신고식 원고를 직접 다듬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윤 총장 지난주부터 원고 직접 다듬어
윤 총장은 신임 검사들에게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서 실현된다”며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어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득과 소통도 이날 윤 총장 발언의 주요 키워드였다. 윤 총장은 “검사의 업무는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하여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하여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하여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추 장관이 지난달 2일 헌정 사상 두 번째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뒤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검찰과의 소통을 거부했던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올 1월 부임한 이후 주요 사건을 처리할 때 대검을 설득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수사해온 것에 대한 견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의견도 있다.
○ “출사표 던진 듯” vs “권력수사 되살려야”
윤 총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비판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경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검찰총장으로서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겠다는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이유로 과잉수사를 하지 않으려면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 행사도 같이 언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발언은) 권력기관 개혁에 저항하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 그동안 윤 총장이 부정부패 척결을 이유로 검찰권을 남용하며 과잉수사를 해왔던 것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마치 출사표를 던진 것 같다. 내부 결속을 위한 정치적인 언어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총장이 원론적인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민주주의 허울을 쓰고 합법을 가장하면서 민주주의가 우리도 모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윤 총장도 같은 고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고도예·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