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화해서 세 글자로 짓는 것이 어떨까요.”
당명을 바꾸기로 하고 관련 작업에 한창인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회의석상에서 이같이 말했다. 간단명료하게 만들어서 국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다. 당명의 글자수를 ‘미래통합당’처럼 다섯 글자가 아닌 ‘세 글자’로 정한 것도 그런 취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 3일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미래통합당’은 총선을 앞둔 올해 2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한국당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졌다. 옛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집단 탈당한 뒤 3년여 만에 보수가 다시 뭉친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두 달 뒤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했고, 전면 쇄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6개월 만에 간판을 바꾸게 됐다.
미래통합당 로고.
당 안팎에선 새 당명으로 ‘한국당’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정당의 이미지에 ‘한국’이라는 단어를 연상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 당직자는 “여당은 ‘민주’라는 단어를 오랫동안 사용했지만 보수정당은 1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상징성 있는 이름이 없었다”며 “한국당으로 바꾸자는 얘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이 최근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당’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당명을 세 글자로 만들자고 제안한 상황에서 신한국당의 경우 ‘신’을 제외하면 한국당이 가능하고, 한나라당에서도 ‘나라’를 한자로 바꿔 ‘국’으로 바꾸면 한국당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당명 이외에도 당 상징색 바꾸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한 가지 색보다 세 가지 색을 쓰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보자”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 관계자는 “다채로운 문화 스펙트럼을 반영하자는 취지를 담은 것”이라며 “3개가 어울리지 않으면 2개로 갈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4개로도 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미래통합당은 21일께 새로운 당명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당명 개정 작업을 함께 수행할 기획사도 선정하고 있다”며 “9월 정기국회 이전에 당명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당명과 당의 상징색 만들기를 선언한 미래통합당의 노력은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