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29일 오전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우산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0.7.29/뉴스1 © News1
올해 여름 장마가 예년보다 길고, 8월에는 중부지방 폭염과 남부지방 폭염으로 ‘날씨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등 전국적으로 이상기후가 계속되고 있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은 지난 6월24일부터 이날까지 42일째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네 번째로 긴 기간이다.
기상청은 오는 10일 이후 중부지방 장마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올해 장마기간이 역대 순위를 갱신할 가능성도 높다. 중부지방 장마 역대 최장기간은 2013년도의 49일이다.
이처럼 올해 장마가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북쪽의 찬 공기(대륙의 고기압)가 평소보다 오래 버티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통상적으로 한반도의 장마는 남쪽의 더운 공기(북태평양고기압)가 점점 북상하며 북쪽의 찬 공기(대륙의 고기압)와 만나 생기는 정체전선(장마전선) 때문에 발생한다. 7월 말이면 더운공기인 북태평양고기압이 찬공기인 대륙의 고기압을 밀어내 장마가 해소되고 한반도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에 들면서 8월 더위가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대륙의 고기압을 북쪽으로 밀어올리지 못하고 있어 한반도에 장마전선 오래 머문다는 것이다.
8월부터 중부지방은 폭우, 남부지방은 폭염으로 상반된 ‘양극화’ 기후를 보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현재 정체전선이 머무는 중부지방은 폭우, 남부지방은 장마가 끝난 시점부터 폭염이 계속되는 양극화 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기압의 영향권 설명으로 이상기후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왜 두 고기압이 평소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수십년째 이어지는 기후 변화(지구온난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이번 이상 기후는 북극과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과 연관이 있다.
북극과 시베리아 지역의 눈이나 빙하는 햇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기온이 높아지면서 눈·빙하가 녹으면 지면이나 바다가 햇빛을 흡수하게 되고, 해당 지역의 기온이 추가적으로 높아진다.
이로 인해 생긴 따뜻한 공기가 해당 지역에서 동서로 흐르던 찬 공기의 기류를 막아 남북으로 움직이게 해, 한국으로 찬 공기가 내려온다는 것이다.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기압 패턴 자체가 점점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로 들어서고 있다”며 “여러 과학적 근거와 모델들을 동원해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이어지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