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폭발 원인두고 인재부터 외세개입까지 분분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이후에만 13차례 폭탄 테러 발생 BBC "이번 폭발, 과거 내전 시기 혼란 연상시켜" 타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대규모 폭발로 적어도 100명이 죽고 4000명 가량이 다쳤다. 레바논 정부가 폭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부실한 관리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지적부터 외부세력의 사보타주(고의적 파괴행위)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배경에는 종교로 인한 분열과 작은 영토, 인구, 취약한 경제력 등으로 외세에 휘둘려야 하는 레바논의 현실이 반영돼 있다.
레바논은 중동 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이슬람부터 기독교까지 수십개 종파가 존재하는 다종교 국가로 종파간 극심한 갈등 때문에 1975~1990년까지 15년간 내전을 벌였다. 국가 경제가 사실상 파탄이 난 뒤에야 마론파(기독교 일파)와 수니파, 시아파 등 레바논 3대 종파가 권력 분점에 합의했다.
인접국 시리아도 1976년부터 최근까지 레바논에 군을 주둔시켜 놓고 권력을 행사했다. 이란과 시리아의 개입을 거부하고 사우디를 지지하던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는 지난 2005년 2월14일 장갑 호송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대규모 자살폭탄 공격을 받고 수행원들과 함께 사망한 바 있다.
레바논 야권은 공격 배후로 시리아와 헤즈볼라를 지목하고 있지만 양측은 혐의를 부인한다. 시리아는 ‘미스터 레바논’이라고 불렸던 하리리 전 총리의 사망 이후 역풍을 맞고 레바논에서 철군했지만 헤즈볼라는 어부지리를 얻어 오히려 영향력을 확대했다.
특히 이란은 사우디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다. 유엔 특별재판소가 오는 7일 암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용의자로 지목된 대원 4명의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또다른 중동 강국인 이스라엘도 헤즈볼라를 소탕한다는 이유로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해 1985년까지 전쟁을 벌였고, 그 이후에도 2000년까지 남부지역을 사실상 점령했다. 2006년도 레바논을 침공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도 레바논 영토에 수시로 진입해 헤즈볼라 등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BBC는 이번 폭발을 두고 종파간 내전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간 산발적 충돌로 레바논에서 폭탄 공격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던 시기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인구 400만명인 레바논은 수십년간 이어진 내전 후유증을 치유하기도 전에 밀려든 시리아 난민으로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레바논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달한다. 경제난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 끝에 반(反)시리아 성향 사드 하리리 전 총리가 지난해 10월 사임했고, 정파간 갈등 끝에 3개월이 지난 뒤인 지난 1월에야 후임자인 하산 디아브 총리의 내각이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하산 디아브 내각은 경제 재건을 공약했지만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친(親)이란 헤즈볼라와 그 동맹세력의 지지를 받고 출범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지원을 순조롭게 이끌어 내지 못했고 결국 지난 3월 결국 사상 최초로 채무불이행을 선언해야만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번 폭발 사고 직후 레바논에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