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나눔으로 되찾는 일상]<2> 아동보호시설 ‘그룹홈’ 지원
지난달 23일 서울 중랑구의 한 가정집에서 아이들이 어울려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방임, 학대, 가정 해체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모여 사는 ‘그룹홈’이다. 아이들은 이곳의 보호자들을 ‘엄마’ ‘아빠’로 부르며 가족처럼 지낸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초등학생 2명, 중학생 1명이 아빠와 함께 신나게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생후 30개월 된 막냇동생은 옆에서 재밌게 구경을 하고 있다. 주방에서 멜론과 복숭아를 깎아 간식을 준비하던 엄마는 “애기가 어제 막 기저귀를 떼서 파티를 했다”며 막내를 한껏 칭찬해줬다. 지난달 23일 기자가 찾아간 서울 중랑구 한 가정집의 오후 풍경이다.
언뜻 보면 평범한 다자녀 가정인 듯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친부모가 각기 다른 5명의 아이들이 모여 사는 ‘그룹홈’이다. 그룹홈은 가정 해체나 방임, 학대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보호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보호시설이다. 시설장 박유미 씨가 ‘엄마’ 역할을, 그의 남편이 ‘아빠’ 역할을 맡아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 ‘그룹홈’ 아동들에게 학습·놀이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는 최근 그룹홈에 거주하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학습기기와 실내활동 교구를 각각 5억 원, 3억 원어치 지원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가정에서 즐거운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박 씨가 운영하는 그룹홈에는 고교생 1명, 중학생 1명, 초등학생 2명이 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아이들이 쓸 수 있는 컴퓨터는 2대뿐이었다. 사랑의열매의 도움으로 노트북 2대를 마련한 덕분에 아이들이 각자 컴퓨터를 가지고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놀이도 마찬가지다. 평소 박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녹지에 산책을 다니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탓에 외출을 못 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아이 5명을 30평형대 집 안에서 하루 종일 돌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박 씨는 “최근에 사랑의열매로부터 실내활동 교구로 ‘보드게임’ 여러 개를 지원 받아 틈나는 대로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초등학교 4학년인 A 군은 “매일 학교에 가지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게임하는 게 즐겁다”며 “예전엔 보육원에서 살았는데 이렇게 엄마, 아빠, 형, 동생들과 공부랑 게임을 하며 지내는 요즘이 훨씬 행복하다”고 말했다.
○ 조손·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이런 현실을 파악한 사랑의열매는 5월 중순 경기 남양주시 사회복지관 ‘남부희망케어센터’를 통해 지역사회 취약가정의 아동 청소년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였다. 남부희망케어센터는 남양주시 와부읍, 조안면, 금곡동, 양정동 일대에 있는 제도권 밖 소외계층과 차상위 계층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랑의열매는 남부희망케어센터를 통해 해당 지역의 조손가정 및 한부모가정의 아동 청소년들에게 4836만 원을 들여 노트북 62대를 지원했다. 남부희망케어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사회의 따뜻한 도움과 관심이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의열매 측은 “재난 시기에는 획일화된 지원 체계보다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며 “사랑의열매는 다양한 맞춤형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 아동 청소년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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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