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트리폴리의 한 뒷골목 © AFP=뉴스1
수도인 베이루트의 대폭발 이전에 레바논은 이미 베네수엘라처럼 파탄의 길로 가고 있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가 5일 분석했다.
미 달러와 레바논 파운드의 연동 페그제를 포함해 수십년 간 잘못된 정책과 은행에 저축한 노동자들의 돈을 갈취한 이른바 ‘폰지사기’ 식의 은행과 정부 행태가 경제난을 불러온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폰지사기란 고수익을 지급하면서 신규 가입자를 모아 기존 가입자의 원금 및 수익금을 지급하는 식의 사기를 말한다.
레바논 정부는 1997년 자국 화폐를 미국 달러화 가치에 연동시켰다. 소위 ‘페그제’(특정국가 통화에 자국통화 환율을 고정시키는 제도)로 레바논이 안전한 투자처임을 세계에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6년 한달간 이어진 전쟁을 포함해 계속되는 이스라엘과의 갈등으로 인한 불안정은 다국적 기업들과 다른 투자자들을 겁먹게 했고, 장기적으로 성장을 방해했다.
이 상황에서도 레바논 중앙은행은 1달러에 1.507 리라(1레바논 파운드는 0.0047터키 리라)라는 환율을 유지했다. 레바논은 식량의 80%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고정환율을 고수한 덕에 식량 가격은 낮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레바논 사람들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 ‘국민 돈을 내 돈처럼’ 쓴 은행과 정부 :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해외 국민들의 송금이나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은 나라들로부터의 대출은 줄어들고, 정부의 부패와 무능으로 인해 돈이 고갈되어갔다. 이 대목에서 레바논 국민들이 ‘폰지 사기’라고 부르는 속임수가 발생했다.
그러나 정부의 실정이 재원 부족을 불러왔고, 정부는 더 많이 민간 은행의 돈을 빌려야 했으며, 은행들은 더욱 고객들의 돈을 빨아들였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정부가 빌릴 돈, 즉 레바논 시민들의 주머니의 돈도 남아나지 않게 되었다.
◇ 허공에 날린 국민 돈 1000억달러 : 정부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은행에서는 1000억 달러(약 118조 5000억원)가 이런 식으로 사라졌다. 이 때문에 리라화 환율이 급등했고 이를 끌어내릴 돈이 없어 중앙은행도 속수무책인 악순환에 빠졌다. 레바논 파운드의 실질 가치는 지난 10개월간 약 80% 하락했다.
경제 위기는 이미 파국에 가까워졌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11월에 680만 명의 인구 중 절반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난을 견디지 못한 레바논은 지난 3월에는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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