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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역발상 전략 빛났다… 대한항공 2분기 흑자 전환 ‘어닝 서프라이즈’

입력 | 2020-08-06 16:01:00

세계 주요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
조원태 회장 중심 임직원 헌신 결과
‘여객기를 화물기로’ 역발상 전략 주효
여객 감소 속 화물 수요 급성장
매출 44% 줄었지만 영업이익 흑자
“임직원 ‘원팀’으로 할 수 있는 일 매진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잇따라 최악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선방에 성공한 것.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한 비용 절감 노력과 항공화물 중심 발상 전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6909억 원, 영업이익 1485억 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3조201억 원) 동기 대비 4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최악의 위기에도 수요 유치와 항공기 운항을 위한 임직원 헌신이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원태 회장은 수 년간 지속된 항공화물 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고효율 최신 화물기로 기단을 재편하고 화물사업 미래 경쟁력에 적극 투자해왔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전략을 제시하는 등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 세계 주요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

대한항공 측은 임직원 헌신에 힘입어 대한항공이 세계 주요 항공사 중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락하는 여객 실적을 추스르면서 화물 부문에 전사 역량을 쏟으면서 수익성 확보에 만전을 기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모든 임직원이 위기 극복을 위해 혼연칠체가 돼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전했다.

화물 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요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고 효율적으로 수송할 수 있도록 운항 스케줄과 항공기 운영을 고민했다. 이에 따라 방역 물품 등 적시에 수송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화물을 대거 유치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고 화물 임시 전세편 유치도 이어졌다.

정비 직원들도 힘을 보탰다. 화물기 가동률을 최대한 높여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철저한 정비 점검과 관리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평가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화물기 가동률은 전년 대비 22%까지 높였다. 운항승무원들도 장거리와 단거리, 오지 등을 가리지 않고 안전운항과 정시수송에 매진했다. 여객기 운항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객실승무원과 여객 직원, 지원부서 직원들 모두 제 자리에서 승객들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방역과 우수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했다.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상당수 직원들이 휴업에 적극 동참해 회사 비용절감 노력에 힘을 보탰다고 대한항공 측은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로 세계 항공화물 시장의 상반기 수요가 약 15%, 공급은 약 23%가 줄어든 가운데 대한항공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면서 선방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화물 운송실적(FTK, Freight Ton Kilometer)이 10% 이상, 2분기 기준으로는 약 1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화물부문 매출은 1조22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성장했다. 이로 인해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전 세계 주요 항공사 가운데 대한항공은 유일하게 흑자를 낸 항공사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다른 글로벌 항공사들의 화물 운송실적은 바닥을 쳤다. 여객기 위주 항공사업을 영위하던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영국항공 등은 항공화물 공급의 약 65%를 차지하는 벨리(Belly, 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이 어려워지자 지난 5~6월 화물 운송실적이 전년 대비 30~45%까지 하락했다. 화물기를 운영하는 다른 글로벌 항공사들도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대한항공과 유사한 노선망과 화물기단을 운영 중인 캐세이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화물운성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4% 감소했다. 에미레이트항공과 루프트한자는 각각 28%, 35%씩 하락한 실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조원태 회장 역발상 전략 통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속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고공행진에는 조 회장의 화물시장 대응 전략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경영전략본부장과 화물사업본부장 등 요직을 거친 조 회장은 지난 2010년대 장기 침체와 과다 경쟁으로 신음하던 항공화물 시장 환경에도 보잉777F와 보잉747-8F 등을 도입하면서 최신 고효율 화물기단 구축에 매진했다.

지난 2015년 최대 30대까지 운영하던 화물기를 절반 가까이 줄이려고 했을 때에도 당시 조원태 총괄부사장은 반등 기회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사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단 축소 폭을 줄이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이렇게 유지된 23대 규모 대형 화물기단은 코로나19 사태로 공급이 부족해진 항공화물 시장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조 회장은 항공화물 사업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LA와 뉴욕 등 전용 화물터미널의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는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지속 매진했다. 이를 통해 시장 변동성에 대한 면역력을 키웠고 이는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역발상 전략도 조원태 회장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해 여객기들이 잇따라 공항에 발이 묶인 당시 조 회장은 “유휴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공급선을 다양화하면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방안 검토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현대카드

○ 위기에 강한 대한항공 구축… 임직원 ‘원팀(One Team)’으로 극복

세계 주요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대한항공에게 올해 하반기는 여전히 큰 위기다. 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어려운 경영 환경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경제 성장률 기대치를 낮추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4.9%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항공화물 수요가 전년 대비 최소 14%에서 최대 31%까지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임직원 모두가 ‘한 팀’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협업과 모빌리티 업무가 가능한 업무환경을 통해 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 현장 직원들을 비롯해 전체 구성원들이 원팀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항공사 최초로 선보인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대한항공카드’ 출시와 수요 분석에 따른 해외 노선 공급 조정, 화물 전용 여객기 공급 추가, 임직원이 참여하는 항공기 방역 등은 위기 상황 속에서 대한항공이 할 수 있는 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화물 전용 여객기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여객기 기내 수하물 보관함을 활용해 화물을 실었고 6월부터는 여객기 좌석에 항공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한 카고 시트 백을 설치해 화물을 나르고 있다. 다음 달 이후부터는 여객기 좌석을 떼어내고 화물기로 이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과 방역 조치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항공기 내부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하면서 최근에는 통합 방역 프로그램 ‘케어퍼스트’를 전개한다고 밝혔다. 여행객이 해외로 나가면 해당 국가에서 격리되고 국내로 돌아오면 또 다시 자가격리 되는 상황으로 여행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가운데 대한항공은 지속적으로 안전한 해외여행을 강조하면서 수요 확보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행 수요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지만 대한항공은 묵묵히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는 것뿐”이라며 “환경과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를 위한 편의와 서비스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글로벌 항공사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라고 설명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