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대형폭발 사고 원인으로 테러 가능성을 제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아무 것도 모른다”며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날 마스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사고설에 무게를 싣는 등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조차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성급한 발언으로 미국의 신뢰 저하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지금 누구도 이유를 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전 사고 원인을 ‘공격(attack)’이라고 했던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익명의 미군 관계자들도 CNN에 “폭발이 공격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대통령이 그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 국방관련 포럼에서 “폭발은 보도된 대로 사고(accident)였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역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와 통화를 나눴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사건을 ‘끔찍한 폭발’이라고 칭했다는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에스퍼 장관이 공격설을 정면으로 부정한 후 대통령이 입장을 바꿨다고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6월 인종차별 항의 시위 진압을 위해 수도 워싱턴에 연방군을 투입하는 문제,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주독미군 일부 철수 결정 등에서도 줄곧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였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