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오토파일럿 가격이 771만 원(7월부터 904만 원으로 인상)이라 처음에 옵션에 넣어서 사면 차 값도 비싸지고 취득세 부담이 커진다”며 “나중에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옵션을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7080대가 팔리면서 국내 전기승용차 시장의 절반 가까이(43.3%)를 차지한 테슬라의 돌풍에 국내 완성차 업계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연간 5만 대 이하를 수입하는 테슬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내의 까다로운 자동차 안전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유연한 판촉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반면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보조시스템이 대표적 사례다. 오토파일럿이 지원되는 테슬라를 사면 이미 하드웨어는 장착돼 있는 상태라 나중에 비용을 내고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면 차 안에서 바로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초기 구입비용 771만 원을 아낄 수 있고, 신차 구입비의 7%인 취득세 부담도 덜 수 있다. 모델3의 기본 모델(스탠더드) 가격 5369만 원에 오토파일럿을 포함하면 취득세가 430만 원이지만 제외하면 376만 원으로 낮아져 54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이런 차이는 한미 FTA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 차량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연간 5만 대 이하로 수입되는 미국산 차는 한국의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의 전략이 자동차 업계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이런 전략을 구사할 수 없는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는 역차별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 방식의 전자제어장치 사후지원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먼저 현대자동차가 6월에 관련 내용을 규제 샌드박스로 임시 허가를 받았다.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 에어백 제어장치를 테슬라처럼 무선 통신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세금 등 소비자의 부담 범위, 안전에 대한 책임을 놓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창업 초기부터 고수하고 있는 ‘본사 직거래’ 방식도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는 상대하기 버거운 대목이다. 테슬라는 별도의 영업망 구축 없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직거래로 차량을 판매하면서 원가를 줄이고 있는 데 반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노동조합의 반발 등으로 섣불리 도입하기 힘들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슬라의 판촉 방식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건 당연한 결과”라며 “자율주행과 전동화 시대에 발맞춰 테슬라의 전략을 국내 업계도 받아들일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