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 71명의 수사전담팀 꾸려…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 조사 행안부도 별도로 특별감찰 나서
지난달 30일 부산 동구 초량동 제1지하차도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토목 도로 분야 민간 전문가들이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지난달 23일 쏟아진 폭우에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6일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발생한 초량 제1지하차도 사고 수사를 위해 부산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광역수사대와 피해자보호팀, 과학수사팀 등 71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경찰 수사는 당시 호우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초량 제1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게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상황실 근무자, 지하차도 관리 담당자, 부산소방본부 직원 등 관련 공무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의 직무상 책임 범위를 고려해 일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경찰은 특히 지하차도 침수 당시 바닥에서 50cm 높이에 배수구가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추가 공사 등 건축 설계 변화가 사고 원인인지 따져보고 있다. 또 사고 당일 분당 20t가량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지하차도 배수펌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펌프 모터에 이상이 없었는지, 지하차도 내부에 몇 t의 물이 얼마 만에 찼는지, 배수로에 이상이 없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부산지검은 5일 공공수사부를 중심으로 이번 사건 전담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아직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지 않았지만 희생자 유족들과 정의당 측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고발 건을 경찰에 전달해 병합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능범죄수사대 1개 팀을 추가 투입해 수사팀을 보강했다. 사고 당시 경찰 대응까지 이번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만큼 검찰은 향후 경찰의 수사 진행 사항을 세밀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는 6명의 조사팀을 꾸려 부산시청에 상설 감사장을 마련하고 재난 대응 실태 감사에 착수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도로교통 및 경찰민원 분야 전문조사관으로 구성된 긴급대응반을 투입했다.
하지만 희생자 유족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 1시간 40분이 지나도록 지하차도 차량을 통제하지 않은 이유를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재발을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유족은 “사고 원인을 따지기 위해 시청을 찾았지만 변 시장대행을 만나는 과정조차 쉽지 않았다. 관계 기관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것은 포기했다”면서 “다른 사고처럼 말단 공무원 몇 명을 처벌하는 등 꼬리 자르기 행태로 이 사건을 끝내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유족들은 부산시와 동구를 상대로 관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